허재 “동희가 걸려서 맘껏 웃지도 못했는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4월 28일 07시 00분


■ KCC V5…그날 밤 뒤풀이 현장

KCC의 밤이었다. 26일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6차전에서 동부를 79-77로 꺾고, 4승2패로 우승을 확정지은 직후 KCC 선수단은 서울 서초구 본사 건물로 이동해 축승회를 가졌다. 감독과 선수, 구단 관계자는 적어도 26일 밤 하루만큼은 모든 걱정을 잊고 순간을 즐기자는 표정 일색이었다.

● 허재, “동희가 걸려서….”

축하주를 돌리러 미디어 테이블을 찾은 허 감독은 “이제 (강)동희랑은 정말 하기 싫다. 너무 힘들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기면 가장 아끼는 후배인 동부 강 감독이 눈에 밟히고, 더더구나 질 수는 없는 심정을 그 한마디로 압축한 것이다. 허 감독은 “동부는 져도 사람들이 동희의 전술을 평가해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뭐냐? 지면 아무 것도 안 남는 사람이었다”라고 말해 마음속에 꼭꼭 쌓아둔 부담감의 무게가 묻어났다. 허 감독은 “성질대로 할 수가 있어야지”라고 웃으며 자리를 떴다. 패장 강 감독을 생각하니 우승을 했어도 마냥 기쁨을 표출할 수 없었던 심정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 추승균의 ‘코치수업’

허벅지 근육이 찢어져 4차전 이후 벤치만 지켰지만 축승회 분위기를 주도한 이는 추승균이었다. “솔직히 내가 뛰어서 우승한 것보다 더 기쁘다”고 했다. 최종진단을 받고나서 추승균은 “나, 8주 나왔다. 알아서 해라.” 한마디만 했다. 일부러 명랑하게 말했다. 미안함을 명랑함으로 바꿨다. 코치들보다 더 소리쳤다. 선수가 일어나서 소리치고 보면 안 되지만 심판들도 묵인해줬다. 그 누구도 못 낀 5번째 챔피언반지, 추승균은 “마지막 엄지손가락의 반지를 후배들이 끼워줬다”고 했다.

● 그룹의 경사

KCC 정상영 명예회장은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술잔을 들고 테이블을 일일이 돌았다. 정몽진 회장, 정몽익 구단주도 선수들을 격려했다. KCC 측은 우승상금 1억원을 포함해 역대 최대의 보너스를 마련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2년 전, 우승 당시 KCC는 포상금 7억원에 괌 3박4일 여행을 선물 받았다.

김영준 기자 (트위터 @matsri21)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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