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희 기자의 호기심천국] 손톱 다듬는 선수들, 그들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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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1일 07시 00분


투수의 손톱은 GPS…손보면 손볼수록 백발백중

투수에게 손톱이란?
손톱길이는 감과 직결…갈고 다듬고 정성
검지·중지에 매니큐어·반창고 발라 보호

농구 슈터도 손톱으로 쏜다?
캥거루 슈터 조성원 손톱으로 공 긁어 슛
걸리는 느낌 좋게 앞 모양 뾰족하게 손질

수영·역도와 손톱의 궁합
박태환 ‘패들 효과’ 염두 경기전 안깎아
엄지 짧은 역도선수 손톱 길러 파워 업!

두산 손시헌. 스포츠동아DB
두산 손시헌. 스포츠동아DB
1988서울올림픽 수영 5관왕 매트 비욘디(미국)는 스타트를 더 빨리 하기 위해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훈련까지 했다고 전해진다. 최고를 꿈꾸는 선수들은 사소한 것 하나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손톱관리도 그 중 하나다. 종목별로 손톱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과 그 관리법을 알아봤다.

○은퇴 이후에도 손톱깎이 쓰지 않는 야구 감독 있다

2007년 11월1일 나고야돔. 니혼햄을 상대로 8회까지 퍼펙트를 기록했던 야마이 다이스케(주니치)가 9회 갑작스럽게 강판됐다. 투구수는 86개에 불과했다. 이유는 손톱이 깨져서 더 이상 정상적으로 던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스포츠동아 이효봉 해설위원은 “사실 손톱이 직접적으로 구종에 영향을 주는 것은‘공을 찍어서 던지는’너클볼 정도다. 만약 공이 손톱에 계속 걸린다면 손톱이 남아나질 않는다. 손톱이 깨지는 것은 관리소홀”이라고 설명했다.

다수의 투수들은 손톱 위 ‘하얀 부분’이 약간 남는 정도로 손톱을 손질한다. 너무 길면 부러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 때 손톱깎이는 물론이고, ‘손톱 가는 도구’까지 동원된다. 넥센 김시진 감독은 “나는 선수시절부터 약간만 손톱이 길어도 도구로 손톱을 갈았다. 지금도 손톱깎이는 쓰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손톱길이도 투수마다 차이는 있다. 넥센 김성현이 약간 긴 손톱을 선호하는 반면, 같은 팀 김영민은 아예 손톱 위의 ‘하얀 부분’을 남기지 않는다. 넥센 정민태 투수코치는 “김성현 같은 선수에게 손톱을 조금 더 짧게 깎으라고 하면, 공이 뜨는 감이 생길 수 있다”며 개성(?)을 존중했다.

야구선수에게는 기왕이면 연약한 손톱보다는 두꺼운 손톱이 낫다. 야수 중에서는 두산의 손시헌이 타고난 강철손톱(?)을 자랑한다. 손톱에 더 예민한 투수 가운데는 넥센 김성태가 그렇다. 김성태는 “나는 손톱이 워낙 두꺼워서 ‘발톱깎이’를 써야지, 손톱깎이로는 손질하기가 힘들다”며 웃었다.

손톱이 무른 투수들은 검지·중지에 투명매니큐어를 발라, 손톱의 갈라짐을 막는다. 손톱에 반창고를 붙이기도 한다. 반면 포수가 유색매니큐어나 반창고로 손톱을 치장하는 것은 다른 이유다. 사인이 잘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슈터의 곁에서는 공이 손톱에 긁히는 소리가 난다

농구에서는 슈터들이 손톱에 예민하다.‘람보슈터’SK 문경은 코치는 “슈터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손가락 끝 감각으로 슛을 던지는 선수’와, ‘손톱 끝으로 공을 긁으면서 내보내는 선수’다. 나는 전자”라고 했다. 그래서 현역 시절 문 코치의 손톱은 짧은 편이었다. 대신 손가락 끝에는 항상 굳은 살이 가득했다.

후자의 대표주자는‘캥거루 슈터’조성원 SBS ESPN 해설위원이다. 조 위원은 현역시절 모든 손가락의 손톱을 길게 길렀다. 학창시절부터 손톱을 자른 직후에는 슛성공률이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본인 표현을 빌리자면, “길이가 1cm까지는 안됐겠지만, 약간 부담스러울 정도였다”고 한다. 그 때 버릇이 남아 지금도 왼손 검지 손톱만큼은 ‘긴’ 상태다. 조 위원은 “공의 상표가 안보일 정도로 회전이 많아야 슛 성공률이 높아진다. 스냅이 좋아서 손톱으로 공을 잘 긁는 선수들이 공에 회전을 잘 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손톱이 길면 깨질 염려가 있다. 그래서 슈터들 중에도 투명 매니큐어를 애용하는 선수들이 있다.

길이 뿐만 아니라, 손톱의 모양도 중요하다. 조 위원은 손톱의 옆 부분을 상대적으로 많이 잘라내서 손톱 끝을 뾰족하게 만들었다. 그래야 공이 손톱에 걸리는 느낌이 또렷했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슈터들은 ‘스윽’ 공이 손톱에 긁히는 소리도 명확하게 들린다. 하지만 이 소리가 싫어서 손톱을 비교적 짧게 자르는 선수도 있다. 올시즌 강력한 MVP 후보인 박상오(KT)가 그렇다. ‘이동 미사일’ 김상식 전 오리온스 감독은 “어릴 때는 선배들이 워낙 손톱길이를 중시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손톱보다는 손끝 감각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수영에서는 긴 손톱으로 물갈퀴 효과, 역도에서는 엄지족?

수영에서도 손톱을 기르는 선수들이 있다. 손톱을 일종의 물갈퀴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경영대표팀 안종택 코치는 “손톱이 길면, 물을 좀 더 많이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일종의 패들(paddle·풀 동작훈련 때 쓰는 도구)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효과가 검증된 적은 없다. 안 코치는 “아마 심리적인 도움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태환의 아버지 박인호 씨에 따르면, ‘마린보이’ 역시 큰 경기를 앞두고는 손톱을 잘 자르지 않는다.

역도에서는 엄지손톱이 중요하다. 역도대표팀 이형근 감독은 “엄지손가락이 다소 짧은 선수들은 엄지손톱을 기른다”고 했다. 바벨을 잡을 때는, 바벨이 손에서 잘 빠지지 않기 하기 위해서 엄지손가락을 안쪽으로 넣는다. 이 때 엄지손톱이 길면 조금 더 힘을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베이징올림픽금메달리스트 사재혁(강원도청)의 엄지손톱도 항상 긴 편이다.

복싱 선수들에게는 긴 손톱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복싱대표팀 이승배 감독은 “손을 말아 쥔 상태로 타격할 때, 손톱이 길면 손바닥이 찢어질 염려가 있다. 실제로 학생경기에서는 그런 일이 생긴 적도 있다”고 했다. 서울시청 핸드볼팀 임오경 감독은 “손목스냅이 중요한 핸드볼선수들도 손톱 관리가 중요하다. 나도 어릴 때는 손톱이 잘 갈라지고 깨져서 투명매니큐어로 단련했다”고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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