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감독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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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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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무선 이어폰으로 경기상황 수신…
농구, 아이패드로 전술지시… 축구, 갤럭시탭으로 상대전력 분석


신치용 프로배구 삼성화재 감독은 1일 라이벌 현대캐피탈을 3-1로 꺾은 뒤 몸에 차고 있던 이어폰과 수신기를 꺼내 들며 환하게 웃었다. 짜릿한 승리를 도운 효자 장비였다. 전력분석관이 시시각각 전해 오는 정보를 통해 필승의 전술을 마련할 수 있었다. 신 감독은 “정말 요긴하다. 이런 장비가 없던 시절엔 어떻게 코트에 나왔나 모르겠다”며 웃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특히 정보기술(IT) 분야의 진화로 삶의 질이 달라지고 있다는 말이 많다. 스포츠 세계라고 예외는 아니다.

○ 그라운드의 얼리어답터

첨단 정보기술(IT)이 스포츠 현장에도 접목되고 있다. 아이패드를 활용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는 KT 농구단. KT 제공
첨단 정보기술(IT)이 스포츠 현장에도 접목되고 있다. 아이패드를 활용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는 KT 농구단. KT 제공
전창진 프로농구 KT 감독은 이달 초 SK와의 경기에서 작전타임 때 애플의 태블릿 PC 아이패드로 선수들에게 전술을 지시했다. 국내 프로농구에서 첨단 IT 장비가 동원되기는 처음이었다. 농구 코트에 패턴을 표시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장만했다. 전 감독은 “저장 기능까지 있어 나중에 다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KT가 사상 첫 정규시즌 우승을 향해 순항하고 있는 데 아이패드도 한몫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2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예선에 출전한 윤성효 수원 감독은 훈련 때 삼성의 태블릿 PC 갤럭시탭을 자주 꺼냈다. 그는 경기에 앞서 중앙 미드필더 이용래와 오장은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갤럭시탭으로 보여줬다. 윤 감독은 “경기 장면을 분석하거나 스페인 바르셀로나 같은 명문 구단의 패싱 플레이를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자랑했다. 올 시즌 수원의 모토도 ‘스마트(Smart) & 스트롱(Strong)’으로 정했다. 프로배구에서 이어폰 사용은 2007년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이 원조로 알려져 있다.

○ 지피지기(知彼知己)

프로야구에서 SK가 최강으로 떠오른 데는 전력분석팀이 큰 역할을 했다. SK는 카메라, 노트북 PC, 분석 프로그램 등 2억 원대의 장비를 활용해 상대 팀에 현미경을 들이댄다. 상대 투수의 구질, 구종, 위치를 분석하고 타자들의 동작과 카운트별 스윙 패턴을 살핀다.

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해부터 더그아웃에서 통신장비의 사용을 금지시켰다. 경기 도중 장비를 활용해 판정 시비를 일으키거나 전력 분석을 하는 행위가 공정한 플레이를 해치고 경기의 흐름을 늘어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국내 프로축구에서 징계를 받아 벤치에 앉을 수 없던 조광래, 신태용 감독 등이 관중석에서 무전기로 작전을 지시한 적이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국제축구연맹의 질의를 통해 감독들의 무전기 사용을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프로배구에서 전력분석관은 코트를 넓게 파악할 수 있는 관중석에 자리를 잡고 상대 서브와 세터 토스의 방향, 서브 목적타를 노려야 할 상대 등을 콕 집어 감독에게 알려준다. 전력 분석 시스템은 경기 장면을 찍는 비디오카메라, 전력 분석 프로그램이 깔린 노트북 PC, 감독과 교신하는 무선장비로 이뤄졌다. 배구의 경우 시스템 구축에 1000만 원 안팎이 들어간다.

○ 팬들에게 더 가까이

스타들은 스마트폰을 통한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팬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한다. 리그를 주관하는 연맹이나 협회도 SNS를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스튜어트 싱크(미국)의 트위터 팔로어 수는 120만 명에 이른다. 잉글랜드의 이언 폴터는 110만 명. 팔로어가 1만4000명 정도인 양용은은 투어 생활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을 소개해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골프와 농구 중계 때는 선수와 감독 등에게 마이크를 채워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시청자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때론 솔직함이 지나쳐 뜻하지 않은 설화를 겪기도 한다. 축구 대표팀 유병수는 아시안컵에 출전했다 조광래 감독의 선수 기용에 불만을 드러낸 글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렸다 항명으로까지 비화돼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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