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은 ‘시가’ 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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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7일 07시 00분


고된 일과후 드라마 삼매경…종방에 선수들 한숨

집 떠난 지 어느덧 20여일이 다 돼 간다.

조광래호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연말과 연시를 보낸 뒤 카타르 도하에 입성해 벌써 아시안 컵 조별리그 2경기를 소화했다.

큰 이변이 벌어지지 않는 한, 사실상 8강 진출을 확정한 태극전사들도 서서히 무료해지고 있다. 축구 선수들도 사람이다 보니 ‘훈련-숙소-훈련-숙소-경기’ 등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항상 똑같은 일상을 보내다보면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평이하고, 하루하루 같은 스케줄에 신선함을 줄 무언가가 필요할 때. 태극전사들에겐 요즘 인기리에 방송된 20부작 SBS 주말드라마 시크릿가든이 인기만점 아이템이었다.

기성용(셀틱)이 자신의 트위터에 “드라마를 안 본다고 왕따 당한다”고 써 화제가 됐던 바로 그 드라마다.

고된 하루 훈련을 마치고 호텔 방으로 들어서면 선수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노트북 전원 켜기였다.

젊은 남자들 인만큼 남자 주인공 현빈은 관심 밖이다. 길라임 역의 하지원과 윤슬 역의 김사랑에 선수들은 열광했다.

유병수(인천)가 드라마 초반부 몇 개를 컴퓨터에 다운받아 가져온 것을 아부다비에서 따로 돌려 본 선수들은 이후 직접 주말마다 두 편씩 다운 받았다. UAE에선 호텔의 인터넷 사정이 좋지 못해 잠들기 전에 다운로드 버튼을 눌러놓으면 다음 날 아침 일어나 영상을 받을 수 있었단다.

다행히 도하에서는 그런 걱정이 없었다. 인터넷 상태가 워낙 좋아 굳이 한 명이 다운받아 돌려보는 수고는 덜 수 있었다.

그러나 드라마 다음 편을 기다리는 설렘과 기쁨도 사라지게 생겼다. 16일 마지막 회가 방영된 탓이다. 영화배우 손예진이 카메오로 출연한다는 것부터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를 놓고 이런저런 논쟁을 벌여온 선수들은 이제 어떤 재미로 살아야 할까.도하(카타르)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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