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 기자의 여기는 도하] ‘한국통’ 이란감독 고트비 껄끄럽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1월 17일 07시 00분


상대를 너무 잘 알고 있으면 부담스러울까. 아니면 더욱 편안할까.

확실한 것은 이란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압신 고트비(57) 감독이 우리에게는 ‘불편한 존재’라는 사실이다. 그야말로 한국 축구 ‘통’이다.

고트비는 지도자 인생의 8할을 한국과 함께 했다.

2002한일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 밑에서 기술 분석관으로 일했고, 이후 2004년까지 K리그 수원에 몸담으며 2군 코치로 활동했다.

2004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 MLS(메이저리그사커) LA갤럭시에서 수석코치로 활동했지만 이는 잠시의 외도였을 뿐이었다. 2006독일월드컵 때 딕 아드보카트 감독과도 함께 일했던 고트비는 이후 한국을 떠나 이란 프로팀 페르세폴리스를 거쳐 이란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알리 다에이 감독이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때 한국을 상대로 졸전을 펼친 뒤 경질된 이후 소방수로 나선 터라 한국이 고트비에게 더욱 큰 경력을 선물한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에 대한 느낌은 어떨까.

고트비는 월드컵 예선과 A매치 등을 앞두고 한국을 방문할 때면 “이곳은 내게 제2의 고향과도 같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그런 한국과 고트비는 2011 카타르 아시안 컵에서 또 한 번 운명과 같은 경기를 펼칠지도 모른다.

15일(한국시간) 도하 스포츠클럽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한과의 D조 예선 2차전 직후 만난 고트비는 “한국을 잘 안다. 나란히 1위로 예선을 통과해 서로 만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한국을 잘 알고 있다’는 부담이 큰 듯 했다.

고트비와 조광래는 작년 9월 한 차례 만난 적이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한국은 이란에 0-1로 졌다. 당시 고트비는 “한국이 결정력을 갖춘 스트라이커가 없고, 많이 뛰기만 하면서 쓸데없이 에너지만 소비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관점에 따라 고마운 충고일수도, 지나친 간섭일 수도 있었다. 걱정이 앞서는 것도 그래서다.

한쪽에서는 불필요한 간섭으로 볼 정도로 고트비는 한국을 잘 안다. 염기훈(수원)과 곽태휘(교토)도 알 와크라 제2훈련구장에서 진행된 트레이닝에 앞서 “선수들 사이에서는 이란을 가급적 피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확인되진 않았지만 박지성도 “이란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는 이란 신문의 보도도 있었다.

고트비는 아시안 컵을 끝으로 일본 J리그 시미즈 S펄스 지휘봉을 잡는다. 어쩌면 모국의 지휘봉을 잡고 펼치는 마지막 대결이 될 수도 있다.

이란과 붙어본 북한 선수들은 한결같이 “한국의 전력이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했다. 고트비에게는 미안하지만 복수의 찬스가 왔을 때, 놓치진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도하(카타르)|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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