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의 좌충우돌 레저체험] <상>웨이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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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6일 03시 00분


봉 잡고 멋지게 출발 활주 1분도 안돼 “살려줘요”

의암호 물살을 가르며…기세 좋게 나선 웨이크보드 도전이 쉽지만은 않았다. 사전 연습에 나선 김성규 기자(왼쪽)가 보트 옆에 설치된 봉을 잡은 채 의암호에서 물살을 가르고 있다. 춘천=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의암호 물살을 가르며…기세 좋게 나선 웨이크보드 도전이 쉽지만은 않았다. 사전 연습에 나선 김성규 기자(왼쪽)가 보트 옆에 설치된 봉을 잡은 채 의암호에서 물살을 가르고 있다. 춘천=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인간이기에 할 수 없는 게 두 가지 있다. 물의 표면 위를 이동하거나 하늘을 나는 것. 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이 두 가지를 실현하기 위한 시도는 계속돼 왔다. 하지만 물 위를 달리거나 공중을 나는 것은 무협지나 공상과학영화 속에서나 존재할 뿐이다. 그 대신 기구를 이용해 비슷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레저 스포츠 종목이 있다. 수상 스포츠인 수상스키 및 웨이크보드, 항공 스포츠인 패러글라이딩이다. 올해 기자 나이 마흔. 더 늦기 전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상·하로 나눠 싣는다. 좌충우돌 체험기다.》
솔직히 별로 어려울 것 같진 않았다. 배가 끌어 주니까 스노보드나 스키 타듯 물 위에서 중심만 잘 잡으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진땀깨나 흘려야 했다.

28일부터 제1회 춘천월드레저경기대회를 개최하는 대회 조직위의 협조를 얻어 웨이크보드 월드컵이 열리는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내 의암호 경기장에서 웨이크보드를 처음 체험했다. 춘천시 수상스키·웨이크보드 협회 직원들이 왕초보 지도에 나섰다.

장비는 스노보드와 비슷하다. 길이 137cm, 폭 40cm, 무게 3kg 안팎의 보드에 발과 보드를 고정하는 부츠 형태의 바인딩이 기본. 보드 바닥에 방향타 역할을 하는 핀(물갈퀴)이 달려 있는 게 다르다.

웨이크보드나 수상스키의 기초는 우선 물 위에 서는 것. 기술 구사는 그 다음이다. 지상의 기초 교육은 20분 남짓. 자라가 뒤집어진 것 같은 자세로 줄이 이어진 손잡이를 잡고 강사가 줄을 끌면 그 힘으로 상체를 일으키는 게 전부다. 제대로 일어나면 재래식 화장실에서 ‘큰일’ 보는 자세가 된다.

기초교육 20여분 받고 입수 두번만에 봉잡고 타기 성공
마침내 줄타기 보드에 도전 그런데 출발하자마자 ‘풍덩’


이제 실전. 초보는 보트 옆에 달린 철봉을 잡고 연습한다. 교육받은 자라 자세로 물에 뜬 채 봉을 잡고 있다가 보트가 전진하면 순식간에 몸을 일으킨다. 두 번째 시도에서 성공이다.

마침내 보드를 탔다. 짜릿한 활주를 떠올렸지만 1분도 안 돼 체면 불고하고 “제발 배 좀 멈춰 주세요”라고 외쳤다.

중력이 몸 전체에 작용하는 스노보드와 달리 웨이크보드는 보트가 끄는 힘이 줄을 잡은 팔에만 작용하기 때문에 그 힘을 다 받아내 몸 전체를 움직이려면 안정적인 자세가 절대적이다.

줄 잡고 일어나는 것은 연습 때의 봉과는 달랐다. 봉은 1m쯤 위에서 잡기 때문에 상체를 세우기가 쉬운 반면 줄은 수면 높이라 완벽한 자세가 아니면 몸이 서질 않았다. 준비 상태에서 몸이 누워 있으면 상체가 서기 전에 팔에 너무 큰 힘이 작용해 줄을 놓치게 되고 상체를 좀 빨리 일으키려고 하면 보드의 부력이 생기기 전에 몸이 앞쪽으로 넘어가면서 물속에 처박혔다.

잇단 실패에 물 먹고 또 먹고…30분만에 이미 기진맥진

30분도 안 돼 두 손 들었다. 교육장으로 돌아와 다른 사람들을 훔쳐봤다.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어린이들은 쉽게 배웠다. 한 젊은 여성 초보자도 가볍게 줄을 잡고 몸을 일으켜 호수 한 바퀴를 돌고 왔다. “운동선수 출신이냐”고 물었더니 아니었다. 이화여대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박선영 씨(23). 재밌기만 하다고 했다. 오기가 발동한다. 2시간 만에 간신히 재도전할 용기와 체력을 회복했다.

이번엔 최명수 협회 부회장이 보트를 몰았다. “요령만 알면 간단해요”라며 용기를 줬다. 하지만 되지 않았다. 실패가 거듭되면서 몸에 힘도 빠지고 의욕도 떨어졌다. 물을 하도 먹어 저녁은 안 먹어도 될 정도였다. 최 부회장은 “이렇게 끝내면 다시는 못 한다”고 했지만 도전의 불꽃은 이미 꺼졌다. 그래도 언젠간 꼭 성공하리라 굳게 마음먹은 채 발걸음을 돌렸다.

춘천=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공중기술만 50여개… 1080도 3회전땐 온몸 짜릿

국가대표 고하리는 고수답게 한 손으로 줄을 잡은 채 사뿐히 공중으로 날아올랐다.춘천=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국가대표 고하리는 고수답게 한 손으로 줄을 잡은 채 사뿐히 공중으로 날아올랐다.춘천=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웨이크보드의 매력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거죠.”

운 좋게 고수를 만났다. 최근 당당히 대표선발전을 통과한 고하리(19·건대부고 3년). 얼굴은 앳되고 귀여운데 몸은 보디빌더 못지않은 근육질이다.

그를 따라가 웨이크보드의 진수를 봤다. 고하리는 배가 지나가면서 만드는 인공 파도(wake·웨이크)를 타고 가볍게 공중으로 날아올라 옆으로도 돌고 앞으로도 돌았다. 고하리는 청담초교 2학년 때 처음 수상스키를 시작했고 6학년 때 웨이크보드로 전향했다. 기술이 수상스키보다는 훨씬 다양하기 때문이란다.

스노보드와 마찬가지로 웨이크보드의 기술은 끝이 없다. 현재까지 나온 공중 기술만 50개가 넘는다. 가장 고난도인 ‘1080(공중 3회전)’은 스노보드에도 있는 기술. 대회에선 공중 묘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지상 훈련도 많이 한다고 했다.

한국은 웨이크보드 후발국. 아시아에선 일본과 태국이 가장 앞서 있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선수는 40여 명. 최근 웨이크보드 대표 선발전에는 20여 명이 출전해 4명이 선발됐다.

고하리는 “그래도 요즘은 길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도 생길 만큼 국내에서 웨이크보드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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