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용병 스트레스 엄청나죠 승엽형 정말 존경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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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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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데뷔 첫해 올스타 뽑힌 롯데 4번타자 김태균

일본 프로야구 진출 첫해를 성공적으로 보내고 있는 김태균(롯데)이 21일 삿포로돔에서 열린 니혼햄과의 경기에 앞서 인터뷰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태균은 일본에서도 거포의 면모를 과시하며 간판타자의 입지를 굳혔다. 삿포로=이헌재 기자
일본 프로야구 진출 첫해를 성공적으로 보내고 있는 김태균(롯데)이 21일 삿포로돔에서 열린 니혼햄과의 경기에 앞서 인터뷰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태균은 일본에서도 거포의 면모를 과시하며 간판타자의 입지를 굳혔다. 삿포로=이헌재 기자
《일본 프로야구 롯데와 니혼햄의 전반기 마지막 경기가 열린 삿포로돔. 김태균(28)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연상된 것은 한 마리의 백조였다. 물 위에서는 한없이 우아하지만 물 아래의 발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백조. 김태균은 데뷔 첫해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쳤다. 롯데의 4번 타자로서 퍼시픽리그에서 가장 많은 타점(73개)을 올렸고 홈런도 18개나 때렸다. 올스타 팬 투표에서도 퍼시픽리그를 통틀어 가장 많은 36만358표를 얻었다. 이는 ‘국민타자’ 이승엽(요미우리)도 못 해본 기록이다.》

현장에서 본 김태균은 무서울 정도로 치열하게 야구를 하고 있었다. 그는 매 경기, 매 타석을 한국시리즈 7차전처럼 치렀다. 그 와중에 모처럼 만난 기자에게 예의 친근한 미소를 지어주는 게 고마울 지경이었다.

―이렇게 야구를 열심히 할 줄은 몰랐다.

“내가 원래 낙천적이다. 일본에 와서도 ‘잘 치면 좋고 못 치면 2군 가면 되지’라고 편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난 용병 아닌가. 네 번 타석에 나가면 네 번 다 쳐야 할 것만 같다. 한국에서는 동료나 코치님들과 장난도 치고 밥도 먹고 했지만 여기에선 말도 안 통하니 그러기 힘들다. 야구 이외의 것을 생각할 여유가 전혀 없다. 가끔 내가 왜 여기 와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후회할 때도 있다.”

―그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한가.

“야구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외국에서 뛰었던 모든 선배님들이 정말 존경스럽다. 승엽이 형은 이런 스트레스 속에서 어떻게 7년을 뛰었나 싶다. 이종범 선배님(KIA·전 주니치)이 머리가 빠졌다는 것도 이해된다.”

―막상 해 보니 일본 야구는 어떤가.

“한국 야구가 많이 성장했지만 단언하건대 수준이 다르다. 한국 같으면 안타가 될 타구를 여기 수비수들은 다이빙을 해서라도 잡아낸다. 그런 타구가 잡히면 타자들은 힘이 쭉 빠진다. 투수들도 장난 아니다. 일본 투수들은 직구란 게 없다. 모든 공이 휘거나 떨어진다. 모든 공을 포크볼이라고 생각하고 쳐야 한다. 이건 정말 못 치겠다 싶은 투수도 몇 명 있었다. 더 연습해서 그 투수를 이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개막전부터 6연타석 삼진당했을 때 앞이 깜깜했겠다.

“스프링캠프 때 페이스가 빨리 올라왔다. 시범경기 때는 투수들을 신나게 두들겼다. 그런데 걔들은 1.5군이더라. 막상 개막전에서 에이스(세이부 와쿠이 히데아키)가 던지는데 머리가 띵해지더라. 아, 내 실력이 이 정도구나 절감했다. 그 다음부터 어떻게 해서든 살아 나가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타격 폼도 간결해졌고, 볼넷도 많아졌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변신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나.

“5월 초 일주일에 홈런 7개 쳤을 때도 ‘이제 감 잡았다’고 느끼지 못했다. 한 경기라도 못 치면 남아서 특타 2시간은 하고 집에 갔다. 그렇게라도 안 하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솔직히 컨디션은 2008년 홈런왕 했을 때보다 더 좋았다. 그런데 워낙 일본 애들이 좋으니까 성적이 이 정도밖에 안 난 거다.”

―정말 죽기 살기로 야구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요즘 생각이 좀 바뀌었다. 원래의 나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래야 더 성적이 날 것 같다.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후반기에는 정말 그렇게 하고 싶다.”

―올스타전에서 센트럴리그의 임창용(야쿠르트)과 맞대결할 가능성도 있는데….

“한국에서 올스타전은 팬 서비스지만 여기는 승리한 리그가 신인 드래프트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이겨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하지만 만약 만난다면 즐겁고 재밌게 승부하고 싶다.”

삿포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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