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재 - 안정환 - 이동국… 떠나는 왕별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7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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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이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의 맏형 이운재(37·수원)는 남아공으로 향하기 전 이런 출사표를 던졌다.

이운재는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의 대표 수문장이다. 1994년 미국, 2002년 한일,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골문을 든든히 지켰다. 하지만 남아공 월드컵에서 그는 주연이 아닌 조연이었다. 조별리그 3경기와 우루과이와의 16강전까지 4경기 모두 후배 정성룡(25·성남)에게 자리를 내준 채 벤치를 지켰다.

만약 한국이 전후반까지 우루과이와 비겼다면 그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올 수도 있었다. 승부차기에서만큼은 노련미를 갖춘 이운재가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 하지만 한국은 1-1 동점이던 후반 35분 루이스 수아레스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면서 이운재의 출전 기회도 날아갔다. 이운재는 14일 대표팀 인터뷰에서 "나는 네 번이나 본선 무대에 나섰다. 그리스전 승리도 지켜봤다. 행복한 사람이다. (이제) 아무런 미련이 없다"고 말해 대표팀 은퇴를 시사했다.

'반지의 제왕' 안정환(34·다롄 스더) 역시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채 월드컵 무대와 작별하게 됐다.
안정환은 이번 대회 전까지 아시아 선수로서 월드컵 본선에서 가장 많은 3골을 터뜨린 해결사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미국과의 조별리그 2차전 때 동점골을 터뜨렸고,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는 연장전 골든 골로 한국의 4강 신화 창조를 이끌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도 토고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후반 27분 역전골을 터뜨려 사상 첫 원정 승리를 이끌었다. 안정환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해결사 본능을 높이 산 허정무 감독에 의해 발탁됐으나 체력적인 한계를 넘지 못했다. 우루과이 전 패배 후 눈물을 흘리고 있는 후배 차두리를 꼭 끌어안으며 위로하는 등 선배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

우여곡절 끝에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서게 된 이동국(31·전북)에게도 이번 월드컵은 아쉬움이 가득한 대회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막내로 참가했던 이동국은 2002년에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고,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대회 직전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이번 월드컵 직전에도 허벅지 부상을 당해 위기에 빠졌다가 가까스로 최종 엔트리에 포함됐다.

조별리그 아르헨티나전에서 9분을 뛴 게 전부였던 그는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후반 16분 김재성(포함)과 교체되며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었다. 1-2로 뒤진 후반 42분에는 박지성의 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1대1로 맞닥뜨리는 절호의 기회까지 잡았다. 하지만 오른발에 제대로 걸리지 않은 슛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고 결국 골로 연결되지 못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2경기에 출전해 38분밖에 뛰지 못한 이동국은 "12년 동안 월드컵 무대를 기다려왔는데 허무하게 끝나 버렸다. 이건 내가 생각했던 결과가 아니다"며 쓸쓸히 경기장을 떠났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한국 팀의 수비를 책임졌던 '진공청소기' 김남일(33·톰 톰스크)과 '날쌘돌이' 이영표(33·알 힐랄)도 이번 대회를 끝으로 월드컵 무대에서 퇴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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