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1일 개막]결연한 에게海 전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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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한국전 꼭 승리해 유로2004 영광 재현”

태극전사들은 모든 초점을 12일 오후 8시 반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 맞췄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 가시권에 들어오지만 지면 조별리그 통과가 힘들어진다. 상대팀인 그리스도 마찬가지. 오토 레하겔 감독은 “한국과의 1차전에서 승리하면 여세를 몰아 유로2004 우승의 영광까지 재현할 수 있다”며 전의를 다졌다.

그렇다면 결전을 앞둔 그리스 선수들은 지금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그리스 코칭스태프, 선수, 축구협회 관계자 등의 말을 바탕으로 8일 대표팀 선수들의 하루 일과를 재구성해 봤다.

훈련 잠 등 모든 일과 한국전에 맞춰
밤에도 외출않고 DVD로 전력분석

○ 오후 1시반 경기대비 오전 10시 기상


선수단 숙소인 해안도시 더반 인근의 음흘랑가에 위치한 베벌리힐스 호텔. 인도양이 한눈에 보이는 해변에 자리 잡은 5성급 호텔이다.

선수들은 오전 10시경 잠에서 깼다. 스위스 전지훈련 당시 기상 시간은 오전 8∼9시였지만 남아공에 입성한 뒤 시간을 늦췄다. 현지 시간으로 오후 1시 반에 경기를 치르는 당일 스케줄에 맞추기 위해서다.

오후 훈련이 끝난 뒤에야 점심을 먹기 때문에 선수들은 아침을 든든하게 먹었다. 아침 메뉴는 다양했다. 샐러드, 빵, 시리얼, 감자 등 가벼운 음식에서부터 닭 가슴살, 미트볼, 새우 등이 입맛을 자극했다. 대부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지만 방으로 음식을 배달시킨 선수도 많았다.

아침을 먹고 휴식을 취한 선수들은 낮 12시 반경 호텔에서 나와 7.2km가량 떨어진 훈련장(노스우드 고교)으로 이동했다. 20대가 넘는 경찰차가 삼엄한 경계 속에 앞뒤로 호위했다.

오후 1시 반. 한낮의 땡볕이 잔디를 달궜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훈련을 시작했다. 역시 경기 당일 킥오프 시간에 맞춘 시간 배정. 전날까진 컨디션 조절에 힘을 쏟았지만 이날은 전술 훈련을 했다. 레하겔 감독은 한국전에 대비해 중거리 슛과 세트 플레이 훈련에 비중을 뒀다. 경기에 앞서 미드필더 흐리스토스 파차조글루(오모니아)와 수비수 니코스 스피로풀로스(파나티나이코스)가 15분가량 기자회견을 했다. 파차조글루는 “박지성의 플레이가 좋다. 한국은 한 선수만 잘하는 게 아니고 조직적인 플레이가 좋은 팀”이라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 DVD 시청 땐 긴장감이 넘쳐

2시간가량 훈련이 끝나고 녹초가 된 선수들은 호텔로 돌아가 늦은 점심을 먹었다. 역시 뷔페식으로 점심 메뉴는 더 푸짐했다. 선수들이 좋아하는 3대 음식은 닭고기와 스파게티, 생선. 열량 소모가 많은 선수들에게 적합한 음식이다. 음식은 그리스에서 함께 온 조리장이 현지에서 공수한 재료로 직접 만든다.

이후부터는 자유 시간. 일부는 휴식을 취했고, 호텔 피트니스 센터에서 개인 체력 훈련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선수들도 보였다. 독서와 비디오 게임도 즐겨 하는 취미 생활 가운데 하나. 하지만 외출은 허락되지 않았다.

저녁을 먹은 뒤 선수들은 최근 한국 경기가 담긴 DVD를 시청했다. 한국의 특징적인 전술은 무엇이고 경계해야 할 선수가 누구인지 등 많은 얘기가 오갔다. 경기를 눈앞에 둬서인지 긴장감도 어느 때보다 컸다.

오후 10시. 저녁 늦게부터 비가 내려 날씨가 흐렸지만 술집과 레스토랑 등이 밀집한 호텔 주변은 여전히 북적거렸다. 하지만 선수들 방은 하나둘 불이 꺼졌다. 푸른(그리스 유니폼 색깔) 전사들의 하루가 또 그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더반=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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