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1일 개막]자불라니 잡아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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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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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대 훈련 대표팀, 12일 저지대서 그리스와 붙는데…

5일부터 해발 1230m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루스텐버그에서 훈련하고 있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전술 훈련에 애를 먹고 있다. 프리킥과 코너킥 같은 세트피스 훈련에서 키커가 찬 공이 부정확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동국(전북)은 “공을 어느 정도 강도로 차야 할지 감을 잘 못 잡겠다. 크로스 할 때 공이 잘 뜨지 않고 스핀도 잘 안 걸린다”고 말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고지대에선 공기 밀도가 낮아 날아가는 공이 저지대와 다른 궤도를 그리기 때문이다. 해발 1700m의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북한과 나이지리아의 평가전에선 양 팀 모두 패스 실수가 많이 나왔다. 그 원인은 고지대이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지대에는 어떤 과학적 비밀이 숨겨 있을까.

○ 고지대의 과학

공기 저항은 공기의 밀도, 공기와 부딪치는 면적에 비례해 상승하며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고도에 따라 공기 밀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고도는 공기 저항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다. 305m 높아질 때마다 공기 밀도는 3%씩 낮아진다.

대표팀이 훈련하는 루스텐버그는 해발 0m에 비해 공기 밀도가 12.1% 낮으며 한국이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2차전을 치를 요하네스버그는 16.7%나 낮다.

시합 불과 이틀 앞두고
평지로 내려온 선수들
변화무쌍 자불라니에
빠른 적응이 남은 숙제


따라서 공도 더 빠르게, 더 멀리 날아간다. 해발 2000m에 위치한 미국 콜로라도 덴버 쿠어스필드에선 홈런성 타구가 대략 13m 더 멀리 나가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축구공은 야구공보다 크고 공의 밀도는 낮아 그 정도로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저지대보다는 더 빠르고 멀리 날아가게 된다.

회전하는 공의 날아가는 궤적도 밋밋해진다. 공의 회전은 주변 공기압에 변화를 유발해 공의 궤적을 휘어지게 하는데 공기 밀도가 낮기 때문에 휘는 정도가 반감되는 것이다.

생리학적으로는 희박한 산소 때문에 심폐지구력이 떨어진다. 성봉주 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고도 2000m의 경우 0m보다 산소 분압이 21.6% 낮아지기 때문에 지구력이 떨어진다. 그 대신 고지대에 적응이 되면 적혈구의 산소 함유 능력이 커지기 때문에 저지대로 내려갔을 때 2, 3주간 심폐지구력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 한국의 훈련 캠프 선택에 대한 논란

한국은 그리스와 예선 1차전을 해발 15m의 포트엘리자베스에서 한다. 한국이 경기를 치르는 예선 3경기 중 고지대는 요하네스버그에서 갖는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뿐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1차 훈련지를 해발 1040m의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로, 남아공 베이스캠프를 1230m의 루스텐버그로 잡았다.

반면 그리스는 2, 3차전을 똑같이 해발 1390m의 고지인 블룸폰테인과 폴로콰네에서 하는데 베이스캠프는 해발 60m의 더반에 잡았다. 이는 저지대인 포트엘리자베스에서 치르는 한국과의 1차전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고지대에서 저지대로 이동해 경기하면 적응에 큰 지장이 없지만 반대인 경우 고지 적응에 시간이 걸린다는 과학적인 데이터에 기초해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하지만 공에 대한 적응을 간과한 듯하다. 안 그래도 변화무쌍하기로 악명 높은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 ‘자불라니’에 한국 대표 선수들이 고지대와 저지대를 오가며 얼마나 빨리 적응할지 미지수다.

루스텐버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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