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1일 개막]똘똘 뭉친 태극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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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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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격파 위해 나를 버렸다… 팀이 먼저다”

“누가 골을 넣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누가 넣었다기보다는 모두가 합심해 넣으려고 했고 그 결과로 나온 것일 뿐이다.”

8일 축구대표팀 훈련장인 남아공 루스텐버그 올림피아파크에서 열린 인터뷰 때 ‘올드보이’ 이동국(31·전북)이 ‘골잡이로서 한국의 첫 골을 누가 넣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한 답변이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본선에 진출한 이동국은 ‘개인적인 욕심’이 있을 만도 한데 “우리는 16강을 목표로 훈련했고 그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고 말했다.

“누가 골 넣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선발도 백업도 “단결” 일사불란


태극전사들이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한마음 한뜻으로 12일 그리스 전을 준비하고 있다. 매일 훈련에 앞서 선수 두 명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한다. 선수들은 한결같이 ‘나’보다는 ‘팀’을 강조해 눈길을 끈다.

이동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감독님이 기회를 준다면 그 시간 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12년 만에 본선에 출전하는 각오를 밝혔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 출전을 연거푸 눈앞에서 놓친 이동국으로선 개인적인 감회와 욕심이 남다를 텐데 “설렘은 없고 다만 팀이 이기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부상으로 꿈을 접을 뻔하다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염기훈(수원)도 ‘이근호(이와타)의 탈락으로 백업에서 주전으로 도약했는데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경쟁보다 팀이 하나가 되는 게 중요하다. 선발이든 백업이든 기회가 왔을 때 팀이 이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백업 요원으로 세 번째 월드컵 본선 무대에 선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톰 톰스크)은 “열심히 뛰는 후배들이 있어 든든하다. 기회가 온다면 마지막 월드컵인 만큼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밝혔다.

이운재(수원)와 수문장 경쟁을 하고 있는 정성룡(성남)도 “팀이 먼저다. 기회가 주어질 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성용(셀틱)은 구단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최선을 다한다면 조별리그 통과는 물론 8강 진출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셀틱 홈페이지는 ‘기성용이 월드컵 모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는데 기성용은 “올해 셀틱으로 이적한 것이 월드컵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됐다. 이번이 첫 월드컵 출전이고 아프리카에 온 것도 처음이라 첫 경기를 앞두고 많이 긴장이 된다. 그러나 셀틱이나 대표팀에서 뛴 경험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표팀 관계자는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한마음이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주장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주축으로 최고참 골키퍼 이운재, 김남일 등 선배들이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팀플레이를 강조하면서 후배들도 자연스럽게 ‘나’를 버리고 ‘우리’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위해 유쾌한 도전을 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진 허정무 감독의 얼굴에서 요즘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루스텐버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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