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광현, 누구의 눈물도 하늘은 원하지 않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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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좌완 첫 맞대결
대전경기 취소로 불발

하늘은 결국 누구의 눈물도 원하지 않았다. 대신 본인의 눈물로 그라운드를 적셨다.

23일 야구팬들의 관심은 한화 류현진과 SK 김광현의 선발 맞대결이 예고된 대전구장에 쏠렸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 왼손 투수인 둘의 대결은 그동안 한 번도 성사된 적이 없다. 최고의 흥행 카드지만 팀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결을 일부러 만들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팬들은 ‘하늘이 만들어준 대결’이라며 흥분했다. 1980년대 해태 선동열과 롯데 최동원의 세 차례 맞대결 이후 최고의 빅매치였다. 맞대결이 결정된 22일 오후부터 팬들은 둘을 비교하며 사이버 대결을 시작했다.

23일 대전구장은 취재 열기 또한 포스트 시즌을 연상시켰다. 양 팀 감독과 코치진 및 야수들에게도 질문은 에이스 대결로 모아졌다. 한대화 감독은 “선동열과 최동원의 맞대결 때는 야수들도 더 긴장하곤 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경기 전 류현진은 “힘 빼면 안 된다”며 말을 아꼈지만 팀 야수들에게는 1타점당 10만 원씩을 걸며 지원을 부탁했다. 전날 ‘1년에 30번 있는 선발 등판 중 하나일 뿐’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던 김광현은 “우리 팀이 3점만 뽑아주면 할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늘이 심술을 부렸다. 빗줄기는 오후 4시가 지나며 굵어지기 시작했고 4시 59분 결국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곳곳에서 탄성이 나왔다. 두 에이스는 “팬들도 많이 오셨는데 아쉽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대전=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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