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야구팬들의 관심은 한화 류현진과 SK 김광현의 선발 맞대결이 예고된 대전구장에 쏠렸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 왼손 투수인 둘의 대결은 그동안 한 번도 성사된 적이 없다. 최고의 흥행 카드지만 팀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결을 일부러 만들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팬들은 ‘하늘이 만들어준 대결’이라며 흥분했다. 1980년대 해태 선동열과 롯데 최동원의 세 차례 맞대결 이후 최고의 빅매치였다. 맞대결이 결정된 22일 오후부터 팬들은 둘을 비교하며 사이버 대결을 시작했다.
23일 대전구장은 취재 열기 또한 포스트 시즌을 연상시켰다. 양 팀 감독과 코치진 및 야수들에게도 질문은 에이스 대결로 모아졌다. 한대화 감독은 “선동열과 최동원의 맞대결 때는 야수들도 더 긴장하곤 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경기 전 류현진은 “힘 빼면 안 된다”며 말을 아꼈지만 팀 야수들에게는 1타점당 10만 원씩을 걸며 지원을 부탁했다. 전날 ‘1년에 30번 있는 선발 등판 중 하나일 뿐’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던 김광현은 “우리 팀이 3점만 뽑아주면 할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늘이 심술을 부렸다. 빗줄기는 오후 4시가 지나며 굵어지기 시작했고 4시 59분 결국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곳곳에서 탄성이 나왔다. 두 에이스는 “팬들도 많이 오셨는데 아쉽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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