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에 풀세트 접전끝 짜릿한 3-2 승리
정규리그 우승이어 챔프전 3연패… MVP 가빈
마지막 7차전, 마지막 5세트에서 웃은 쪽은 신 감독이었다. 통합 우승을 차지한 삼성화재는 사상 첫 3연패를 달성하며 통산 4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승 3패로 몰렸던 김호철 감독은 2연승을 거두며 기적을 노렸지만 3년 연속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삼성화재가 1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3-2(25-22, 28-30, 25-19, 16-25, 15-11)로 이겼다. 가빈 슈미트는 이날 삼성화재가 왜 ‘가빈화재’로 불렸는지를 온몸으로 보여줬다.
가빈은 4차전을 마친 뒤부터 “나는 로봇이 아니다”라며 피로를 호소했지만 지친 듯하다가도 불사조처럼 살아났다. 그는 이날 팀 공격의 62.1%를 책임지며 50득점을 기록했다. 프로배구 역대 한 경기 최다 득점 타이. 가빈은 1차전에서도 50점을 올렸다.
1세트를 삼성화재가 따낸 가운데 두 팀은 2세트에서 그야말로 혈전을 벌였다. 현대캐피탈은 세트 중반에 투입된 박철우가 20-22로 뒤진 후반 잇달아 4개의 공격을 성공시켜 듀스를 만들고 다시 잇단 백어택 3개를 성공해 기나긴 세트를 마쳤다.
혈전의 후유증은 노장이 많은 삼성화재가 떠안는 듯했다. 3세트 초반 가빈의 잇단 범실로 4-8까지 뒤진 것. 하지만 삼성화재는 가빈이 다시 힘을 내며 추격을 시작했고 승부를 뒤집었다. 신 감독은 4세트에서 상대에 크게 뒤지자 가빈을 쉬게 했다. 가빈은 5세트에서 다시 태어난 듯 힘을 냈다. 그리고 마지막 스파이크를 상대 코트에 꽂아 넣은 뒤 윗옷을 벗고 포효했다. 가빈은 기자단 투표 45표 가운데 44표를 얻어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가빈은 “전쟁 같은 경기를 했다. 멋진 경기를 한 현대캐피탈에 감사한다. 다음 시즌에도 기회가 된다면 디펜딩 챔피언의 일원으로 한국 코트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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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승건 기자
■ 양팀 감독의 말
세터 유광우 막판 기용 주효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선수들이 꼭 이기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친 게 우승 원동력이었다. 오늘 세터 유광우를 믿고 파이널 세트에 기용한 게 먹혔다. 주장 석진욱이 구심점 역할을 했고 가빈도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누구나 7차전까지 가면 삼성화재의 체력이 문제가 될 것이라 했지만 어느 팀보다 단합이 잘되는 게 삼성화재의 장점이다. 이번에도 삼성화재가 쉽지 않은 팀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선수들이 긴장한 건지, 욕심이 앞섰는지 마지막 선을 넘지 못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것은 선수들이 단결한 덕분이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우승을 못한 게 안타까울 것 같아 한 명 한 명 안아줬다. 올 시즌은 감독 인생의 오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초반부터 힘들었다. 하지만 어려운 일 함께 헤쳐 나가며 지도자로서 나를 돌아보게 됐다. 일단은 좀 쉬고 싶다. 정리해야 할 생각도, 정리해야 할 일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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