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용 감독, ‘스마일 리더십’ 10년만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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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프로배구 KT&G 5년만에 우승 이끈 덕장 박삼용 감독

축포가 터졌다. KT&G 선수들은 한데 뒤엉켜 펑펑 울었다. 상기된 표정을 짓던 KT&G 박삼용 감독(42)은 천천히 코트로 들어가 선수들을 끌어안았다.

KT&G는 17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3-0(25-20, 25-17, 25-23)으로 이겼다. 이로써 KT&G는 4승 2패로 5년 만에 다시 챔피언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선수들의 공도 컸지만 그들을 하나로 뭉치게 한 박 감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규시즌에서 1승 6패로 열세였던 현대건설을 꺾었기에 더욱 값졌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현대건설에 밀린다는 분석이 많았지만 박 감독은 챔피언결정전 내내 초조해하지 않았다. 게다가 KT&G는 1차전에서 지면서 기세가 꺾였다. 선수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라커룸을 나섰다. 박 감독은 그런 선수들을 다독이며 “1차전에서 진 팀이 우승한다는 통계가 있다. 우리가 우승한다”며 격려했다.

평소 부드러운 이미지로 팀을 이끄는 박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절대 선수를 다그치는 법이 없었다. 자상한 설명으로 사기를 북돋았다. 부진했던 이연주에게 쉬는 날 직접 휴대전화를 걸어 격려하기도 했다.

스타 출신인 박 감독은 지도자 생활은 화려하지 못했다. 1988년부터 1994년까지 국가대표 공격수로 뛴 박 감독은 1991년부터 고려증권에서 활약했다. 1999년 국가대표 여자배구팀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박 감독은 2000∼2002년 LG정유(현 GS칼텍스) 코치를 거쳐 2003년 5월 GS칼텍스 사령탑으로 부임했지만 감독 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세 시즌 동안 7승 47패에 그쳤다. 2006∼2007시즌 뒤 자진 사퇴하는 아픔도 겪었다. 2007년 KT&G로 옮기면서 지도력은 뒤늦게 활짝 피었다.

2006∼2007시즌 5위에 머물렀던 KT&G를 2007∼2008시즌과 2008∼2009시즌 2위에 올려놓은 뒤 올 시즌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박 감독은 “지도자로서 첫 우승의 기쁨을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 6년째를 맞는데 여전히 부족하다. 그 부족한 부분을 선수들이 메워줬다. 지도자로서 늦게 우승을 했지만 좋은 선수들 덕분에 운이 좋았다”며 겸손해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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