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뒤집어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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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하키, 숙적 美꺾고 8년만에 정상 축배크로스비 연장전 골든골… 거리에 축제 물결

일요일 오후 1시(현지 시간). 캐나다 밴쿠버 시내는 조용했다. 지나다니는 자동차마저 뜸해 유령의 거리 같았다. 일부 상점은 ‘오후 3시에 다시 문을 연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문을 닫았다. 실제로 옷가게 등에는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신 점원들은 휴대전화로 뭔가를 시청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몰린 곳은 따로 있었다. TV가 있는 식당과 바 등은 손님으로 가득했다. 유리창 사이로 함성과 탄성이 흘러나왔다.

1일(한국 시간) 열린 캐나다와 미국의 아이스하키 남자부 결승전은 뜨거운 관심 속에서 밴쿠버 겨울올림픽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캐나다는 강력한 라이벌인 미국과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시드니 크로스비의 짜릿한 결승골로 3-2로 이기며 우승했다. 캐나다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이후 8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며 올림픽에서 통산 8번째로 정상에 섰다. 올림픽 개최국이 아이스하키에서 우승한 것은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 올림픽의 미국 이후 30년 만이다.

이날 캐나다 전역에는 응원 인파가 거리로 몰려들면서 시내 광장은 인산인해였다.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캐나다 국민들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의 붉은악마를 연상시켰다. 시내 광장을 제외하고는 거리에서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시내 스포츠바에서는 손님을 끌어 모으기 위해 ‘오늘은 TV에서 아이스하키만 시청이 가능하다’라는 안내문을 붙이기도 했다. 캐나다 대표팀이 골을 넣을 때마다 시내 여기저기에서 함성이 울려 퍼졌다. 2-0으로 앞서다 잇달아 두 골을 내준 뒤 정규 3피리어드가 끝나자 시내는 풀이 죽은 듯 조용해졌다.

하지만 연장 7분 40초 크로스비가 골든골을 넣으며 우승을 확정짓자 온통 축제라도 열린 듯 열기가 뜨거워졌다. 사람들은 캐나다 국기를 들고 거리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고, 캐나다 고(Go, Canada Go)’를 외치며 어깨동무를 하는가 하면 기차놀이로 승리를 만끽했다.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 나온 자동차들은 경적을 울리며 우승을 자축했다.

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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