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분의 1초라도 빠르고 정확하게”… 스포츠와 과학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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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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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1급 비밀 프로젝트’,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 한국의 ‘한양대 공학센터’. 문제 하나.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공상과학영화나 과학박람회 등을 떠올렸다면 오답. 정답은 ‘겨울올림픽’이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의 개최국 캐나다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5년 동안 약 800만 달러를 투입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캐나다는 일명 ‘1급 프로젝트’를 통해 과학과 스포츠의 접목을 시도했고, 실제 기록 향상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미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NASA의 과학자를 고용해서 우주복 만드는 노하우를 선수 유니폼에 적용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한양대 연구팀은 비행기를 설계하는 프로그램에 한국 스키점프 선수들의 데이터를 입력해 비행 자세를 분석했고 그 결과 선수들의 자세 교정에 큰 도움을 줬다. 》

과학 걸친 유니폼 표면에 촘촘한 홈… 저항 최소화
‘스포츠는 과학’이란 말은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신소재의 첨단 수영복은 올 시즌 퇴출당할 만큼 엄청난 기록 향상을 가져왔고,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사용될 축구공 ‘자불라니’는 첨단 과학의 결정체란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과학은 스포츠 영역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 가운데서도 겨울올림픽은 ‘과학올림픽’으로 불릴 만큼 각 종목이 과학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중력과 회전력, 마찰력 등을 이용해 1000분의 1초까지 경쟁을 펼치는 겨울올림픽 종목에서 과학은 인간이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엔진이자 윤활유다. 겨울올림픽에서 과학을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은 선수들의 유니폼. 한국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의 표면엔 촘촘한 홈이 나 있다. 골프공 표면에 홈(딤플)을 만들어 멀리 날아가게 한 것처럼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한 용도다.

과학 탄 스케이트 부츠 뒷굽-날 분리해 기록 향상
미국 봅슬레이 팀의 기록 향상엔 로켓 과학자들이 나섰다. 과학자들은 훈련 과정에서 영상카메라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결합한 특수 장치를 썰매에 장착했다. 이 장치로 썰매 이동의 전 과정을 영상에 담은 뒤 속도, 방향 등을 데이터화해 기록을 향상시켰다.

스케이트의 진화도 놀랍다. 1998년 나가노 대회 때 네덜란드 선수들은 스피드스케이팅 5개 종목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워 세상을 놀라게 했다. 알고 보니 비결은 스케이트에 있었다. 부츠 뒷부분이 날과 분리돼 레이스 내내 날과 빙판이 떨어지지 않게 만든 일명 ‘클랩 스케이트’를 신은 것. 총길이 111.12m의 트랙 가운데 곡선 비율이 48%에 이르는 쇼트트랙의 경우 스케이트 날이 부츠 한가운데에서 왼쪽으로 쏠려 있다. 곡선주로에서 스케이트를 왼쪽으로 기울일 때 빙판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서다.

과학 무장한 장비 최첨단 경기장서 정확한 판정
이번 대회 개최가 결정된 뒤 캐나다 정부와 밴쿠버 시가 쏟아 부은 돈은 17억 달러(약 1조8800억 원). 경기장과 각종 대회 시설은 최첨단 장비로 무장했다. 인력 관리와 보안도 13개로 구분된 컴퓨터시스템이 담당한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각종 첨단 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해 편하게 경기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정밀한 시간 계측에도 과학의 힘을 빌린다. 봅슬레이나 스키 등 종목에는 적외선 카메라가 가동돼 1000분의 1초 차를 가리고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은 초당 2000프레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를 설치해 정확한 판정을 내린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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