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반칙 스톱!” 조범현이 뿔났다

  • Array
  • 입력 2009년 10월 22일 07시 30분


조범현 감독. 스포츠동아 DB
조범현 감독. 스포츠동아 DB
차분한 어조였지만 단호했다. 평소에도 상대를 자극하는 심리전을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 특히 한국시리즈 상대 SK 김성근 감독은 고교 때 은사이기에 그동안 말을 아끼며 참고 또 참았다. 그러나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 할 말은 해야겠다는 모습이었다.

21일 잠실구장에서 훈련을 마친 KIA 조범현 감독은 한국시리즈 1차전부터 계속된 SK 전력분석팀의 규정 위반에 대해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조 감독은 취재진에게 “어제도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확인한 뒤 “명백한 위반 행위 아니냐. KBO(한국야구위원회)가 확실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 감독은 1차전 직후 “김(동재) 코치가 알아서 판단하고 항의했다”고 말을 아끼며 ‘스승’에 대한 예의를 지켰다. 그러나 SK의 규정 위반은 4차전에서 반복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김성근 감독은 4차전 이후 “1, 2차전은 탐색전이라 2패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는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한국시리즈를 치르고 있는 팀의 감독으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황. 조 감독은 “SK 한 타자는 파울만 치면 뒤쪽(전력분석팀)을 본 후 다시 타석에 들어서더라”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조 감독은 분명한 의사를 전하면서도 SK를 자극하거나 격한 감정을 보이지 않았다. 끝까지 상대팀에 대한 예의를 지켰다. 그러나 더 이상 변칙행위 없이 정정당당하게 승부하자는 뜻은 분명히 했다.

SK 전력분석팀의 비신사적 행위는 16일 광주 1차전에서 KIA 김동재 수비코치가 “김정준 SK 전력분석팀장이 수신호로 수비수들에게 시프트를 지시하고 있다”고 항의하며 불거졌다. 오석환 구심은 항의를 받아들여 SK 전력분석팀에게 더 이상 수신호를 보내지 말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20일 문학 4차전에서 김 팀장이 SK 이광길 수비코치에게 수비위치를 조정하라는 수신호를 보내는 장면이 몇 차례 목격됐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9회초 1사 1·2루 상황에서도 김 팀장의 수신호가 이 코치에게 전달된 뒤 2루수 정근우가 1루쪽으로 수비위치를 옮겼다.

KBO는 이 같은 행위에 대해 21일 “대회요강 26조를 어긴 규정위반으로 경기 중(인플레이 상황) 직원이나 관계자는 어떤 정보도 선수들이나 덕아웃에 전달할 수 없다. 다시 반복된다면 퇴장이나 출입금지 등의 조취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조종규 심판위원장도 “1차전은 직접 목격했다. 5차전부터 확실히 제재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정준 팀장은 구단을 통해 4차전에서 덕아웃에 정보를 전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앞으로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논란에 대해 김성근 감독은 “조 감독이 제자여서 특별히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 KIA가 왜 그런 얘기들을 꺼내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잠실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