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트랙] 96년 해태, 인천서 뺨맞고 잠실서 화풀이

  • 스포츠동아
  • 입력 2009년 10월 22일 07시 30분


원정 2연패 후 중립경기 2연승 V8SK, 2년전 연패 후 역전우승 기적

KIA는 광주에서 먼저 2승을 달성했지만 문학 원정에서 2연패했다. 같은 2승2패라도 기분이 썩 유쾌할 리는 없다. 그러나 해태의 마지막 전설을 만드는 데 앞장선 이종범은 1996년의 사례를 들추며 “4승을 먼저 거두는 팀이 우승할 수 있다. 최후의 승자는 KIA가 될 것이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해태는 96년 현대와의 한국시리즈에서 2승1패로 앞서다 4차전에서 노히트노런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당시 현대의 특급 마무리투수였던 정명원이 4차전 깜짝 선발로 나서면서 해태는 단 1개의 안타도 뽑지 못했다. 4사구 3개만 얻었을 뿐 0-4 완패를 당했다. 역대 한국시리즈 유일한 노히트노런이다. 단기전에서 이같은 대기록의 희생양이 된다면 일반적으로 사기가 떨어져 다음 경기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해태는 달랐다. 하루 쉰 뒤 잠실에서 곧바로 3-1 승리를 거뒀고, 6차전마저 5-2로 이기며 4승2패로 8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이종범이 96년의 추억을 되새긴 건 KIA가 먼저 2승을 올리고도 기분 나쁜 2연패를 당했지만 시리즈의 분위기에 영향이 없다는 메시지를 후배들에게 전하기 위해서인지 모른다. 묘하게 96년 4차전과 올해 4차전은 10월 20일에 열렸다. 더군다나 장소도 인천이었다. 그리고 5차전부터 그때처럼 잠실에서 경기가 열린다.

SK 선수단과 프런트는 2007년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당시 SK는 두산에 1차전과 2차전을 내줬지만 3∼6차전을 내리 휩쓸며 첫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 이전까지 누구도 한국시리즈에서 먼저 2패를 당하고 역전우승을 한 팀은 없었다. 기적이었다. 특히 2007년 3차전에서도 비가 내리는 가운데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는 점도 길조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에도 3차전에서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공교롭게도 또 비가 내렸다.

어디선가 본 듯한 현상을 ‘데자뷰’라고 한다. 2009년 가을에는 어떤 전설이 만들어질까. 1996년과 2007년 한국시리즈의 데자뷰 전쟁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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