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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10월 9일 0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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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축제’와 ‘인천 야구’를 언급하면 딱 떠오르는 이가 있다. 지금은 기억 저편에 있는 팀 태평양의 최창호(43)다. 87년 데뷔한 그는 박정현, 정명원과 함께 1989년 인천발 태풍을 일으킨 주역이다.
작은 체구지만 불같은 직구와 커브로 상대 타자를 압도했던 최창호는 청보에 입단, 태평양을 거쳐 2002년 LG에서 은퇴할 때까지 16시즌 동안 마운드에 섰다.
두산-SK의 PO 2차전이 열린 8일 문학구장. 본부석 3층 관중석에서 행복과 환희가 뒤섞인 추억의 마운드를 내려다보던 최창호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딱히 잘하진 못했죠. 자랑할 만한 일도 없었고요. 준우승만 3번 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절이었어요.”
○ 생생한 아픈 기억…‘가을 잔치’
“생각이 짧았죠. ‘내가 이길 수 있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직구로 승부했는데, 그게 그대로 홈런으로 연결됐어요.”
아픈 기억이다. 남들은 한 번 겪었을까 말까한 일을 그는 두 번이나 겪었다. 89년 10월 9일 대구. 삼성과 준PO 2차전에 선발로 등판한 그는 5회까지 삼진 8개를 잡아내며 호투했다. 문제의 6회 말, 최창호는 무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다. 타자는 삼성의 2번 김용국. 운이 없었다. 최창호가 가운데로 던진 초구를 김용국이 받아쳐 만루 홈런이 됐다. 결국 최창호는 패전 투수가 됐다.
엿새 뒤 광주에서 열린 해태와의 PO 2차전. 선발로 나선 그는 6회까지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승리의 여신’은 그를 외면했다. 7회 해태의 선두 타자 김성한은 최창호의 직구를 담장 밖으로 날렸고, 경기는 0-1 태평양의 패배로 끝났다. 허무하게 잔치가 끝난 순간이었다.
“가장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는 볼이 직구였어요. 다만, 유인구와 코너워크를 했어야 한다는…. 젊은 혈기를 믿고 너무 정직하게 승부하지 않았나 싶어요. 기회 자체도 적었는데, 성과도 내세울 게 없었으니 개인적으로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컸던 가을이었죠.”
○ 인천 야구…제2의 고향
화제를 돌렸다. 자신의 야구 인생, 절반 이상을 함께 한 인천에 대한 단상으로 말이다. 경북고등학교를 졸업했으니 대구에 대한 애착이 더욱 클 줄 알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프로 생활의 모태가 된 곳이 인천이잖아요. 청보에 입단했고요. 솔직히 학창 시절의 대부분을 보낸 대구보다 남다른 의미로 다가와요. 물론, 89년 준PO 삼성전은 기억나죠.”
올드 팬들에게 늘 회자되는 ‘인천 야구 원조 논쟁’을 조심스레 꺼냈다.
최창호의 생각은 간단했다. “원조를 굳이 꼽자면, 아니 팀 모태를 보면 히어로즈로 볼 수 있죠. 하지만 워낙 복잡 미묘한 문제라서 단언할 수는 없어요. 단, 분명한 것은 현재의 상황입니다. SK가 지금 인천 야구를 대표하잖아요. 히어로즈를 인정하되, SK를 믿고 사랑하는 것도 팬들의 몫이 아닌가 싶어요.”
○ 언젠가 되돌아올 현장
최창호는 2003년부터 모교(경북고)에서 3년 반 동안 코치 생활을 했다. 기구했던 현역 때만큼이나 쉽지 않은 생활이 이어졌다. 야구 재활센터에서 활동하기도 했고, 야구용품과 운동기구 사업도 했지만 역시 흐지부지됐다.
여전히 꿈은 ‘현장’이란 한 갈래로 통한다. 사회인 야구팀 ‘영재사관학교’에 등록해 코치로 활동하고 있고, 작년 9월부터는 SK가 기획한 ‘행복나눔야구교실’에서 리틀야구 선수들을 가르친다. SK의 연고지 인천은 물론, 부천-안양-수원-김포 등 다양한 지역에서 꿈나무를 육성한다.
“현역 때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가르치면서 배울 수 있다’고요. 이제 좀 실감이 됩니다. 고교, 대학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또 일반인과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며 스스로도 공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원한다고 현장에 복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 꼭 기회가 된다면 현역 때와 지금 느끼고 있는 부분을 접목시켜보고 싶어요.”문학|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사진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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