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 양궁대표 지옥훈련 상상 초월!

  • 입력 2009년 9월 15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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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CNN 방송에서 호주 다윈시의 한 학교 수영부에서 풀장에 악어를 풀어놓고 선수들의 훈련을 독려하는 장면이 방영된 적이 있다.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선수들이 물로 뛰어들자 코치 옆에 있던 남학생이 작은 악어를 들고 와서 풀장에 풍덩 집어넣었고 선수들은 뒤따르는 악어를 피해 놀라운 속도로 팔을 저어 골인 지점에 이르자 허겁지겁 풀장 밖으로 뛰쳐나가는 모습이었다.

지난주 울산에서 열린 제 45회 세계양궁선수권대회. 한국 남녀 양궁대표팀은 금 4, 은메달 3개를 따내며 종합 1위에 올라 세계 최강국임을 입증했다.

불과 40년 밖에 안 된 한국 양궁이 20년 넘게 세계 정상을 석권하고 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양궁인들은 "정몽구 명예회장이 1985년부터 양궁협회를 맡아 적극적인 후원을 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런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호주 수영부의 악어 훈련 못지않은 한국 양궁대표팀의 독특한 훈련 방식도 원동력으로 꼽힌다.

사실 양궁은 정적인 운동이었다. 1931년 창설된 국제양궁연맹(FITA)은 처음에 양궁경기장에서는 함성을 지르거나 요란스럽게 응원을 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선수의 기록 경신을 위해 정숙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양궁 경기를 보다 흥미롭게 하기 위해 선수 간 대결로 경기 방식이 바뀌면서 관중석에서의 응원이 허용됐다.

이러다보니 선수들의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시끄러운 응원 속에서도 차분하고 담대하게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고 상대 선수를 누를 수 있는 정신력과 강심장이 승리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

한국 양궁대표팀 코칭스태프는 그동안 강인한 정신력 배양을 위해 별 희한한 훈련을 만들어왔다.

해병대와 북파공작원 훈련, 무박 3일 행군, 등산 등은 기본. 물론 이런 훈련은 남녀 선수 공히 받아야 한다.

여기에 큰 대회를 앞두고는 12m 다이빙대에서 물로 뛰어들기, 120m 번지점프, 한밤에 무덤에서 담력 기르기 등의 이색 훈련이 하나씩 첨가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실시된 한국 양궁대표팀의 훈련 한가지는 해외 언론에서도 화제가 됐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대표팀은 육군정보학교에 입소해 정신력과 체력 강화 훈련을 받았는데 이 때 뱀을 선수들의 목에 걸거나 옷 속에 넣고 견디는 훈련을 실시한 것.

홍콩의 '문회보'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이 금 2, 은 2, 동메달 1개를 따내자 "한국 선수들은 뱀으로 담력 훈련을 했다"는 제목 하에 훈련 내용을 보도했다.

필자는 고교 시절 평소 실력은 출중한 데도 대학 본고사에서 이상하리만치 벌벌 떨어 대학 진학에 애를 먹는 친구를 본 적이 있다. 그는 특히 몇 문제 나오지 않는 수학에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11월 12일에는 2010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다. 아! 그전에 각 대학 수시 모집 시험이 있어 먼저 대학 입시를 치르는 수험생들도 있다.

이 글을 보게 되는 수험생들은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틈틈이 자신만의 마인드 컨트롤 훈련을 통해 우리나라 양궁 선수들처럼 시험 당일 가진 실력을 완벽하게 발휘했으면 좋겠다.(^^)

권순일 | 동아일보 스포츠사업팀장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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