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기자의 베이스 블로그] 승엽, 흔들린다고? 천만에

  • 입력 2009년 6월 19일 08시 59분


#우연히 요미우리 구단 홈페이지를 들어갔습니다. ‘야구란?’이란 물음으로 요미우리 선수들의 야구철학을 묻고 있더군요. ‘야구란 청춘과 땀’(하라 감독) ‘야구란 인간육성’(오가사와라) ‘야구란 나를 표현하는 장소’(우쓰미) ‘야구란 적응의 게임’(그레이싱어) ‘야구란 재미’(크룬) ‘야구란 실패가 허락되는 스포츠’(아베) ‘야구란 삶’(라미레스)…. 단 한명도 ‘야구란 호구책’이라 하지 않았습니다. 돈이 아니라 자신의 열정을 걸고서 뛴다는 점에서 프로의 품격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승엽은 뭐라 했을까요? ‘야구란 모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스포츠.’

#언젠가 ‘아들에게 야구를 시키겠는가’란 질문에 이승엽이 “절대로 안 시킨다”고 답한 기억이 납니다. 이유는 “너무 힘들어서”였습니다. 비약일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이승엽의 번뇌가 여기서 비롯되는 것 아닐까요? 한국과 요미우리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정작 자기 자신의 즐거움은 증발돼버린.

#얼마 전 일본의 한 언론사 요미우리 담당 기자와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기자는 “어떻게 이렇게 극단적인 파도를 탈 수 있는 것인지 곁에서 보는 나도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다만 “추측건대 심리적 문제”라고 조심스레 진단했습니다. 몸도 아프지 않고, 동료들과 관계도 문제없다고 합니다.

#그의 어깨에 짊어져 있는 ‘국민타자’ ‘요미우리 4번타자’ ‘최고 연봉타자’란 굴레가 그에게 야구를 무겁게만 느끼게 만든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러다가 국민타자가 하루아침에 ‘나라망신’이라 질타 받을까봐 우려도 되네요. 그런데 이승엽이 애국하러 요미우리에 간 것인가요? 애국은 무엇일까요? 광장으로 뛰쳐나와 세상을 뒤엎자는 ‘혁명’을 노래하면 되나요? 무라카미 하루키가 ‘상실의 시대’에서 통찰한대로 그런 사람들에 의해 혁명이 이뤄진다고 세무서 공무원이 갑자기 친절해질까요?

#국가와 민족을 앞세우는 위인치고 제대로 된 경우를 거의 못 봤습니다.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공자의 진리입니다. ‘선수는 선수다우면 되고, 감독은 감독다우면 되고 KBO 총재는 총재다우면 그것이 곧 자신의 이익이고 공동체의 이익으로 귀결될 것입니다. 그 ‘다움의 철학’이 실현될 때 세상은 진보한다고 믿습니다. 지금 이승엽은 할 바를 다하고 있답니다. 결과야 어찌됐든 이승엽다움을 잃지 않고 있으면 된 것 아닐까요?

[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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