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방망이’ 이승엽, 한방 혹은 헛방…

  • 입력 2009년 4월 25일 02시 55분


홈런 4개… 팀내 2위 달려

삼진은 15개로 팀내 3위

잦은 교체로 밸런스 불안

이승엽의 방망이는 ‘도깨비 방망이’?

지난해 왼손 엄지 부상으로 혹독한 부진에 시달렸던 이승엽(33·요미우리)의 방망이가 올 시즌에도 잠잠하다. 이승엽은 24일 현재 오가사와라 미치히로(5개)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4개 홈런을 날렸다. 하지만 전반적인 타격 내용은 기대에 못 미친다. 이날 주니치전 4타수 무안타를 포함해 18경기에서 46타수 10안타로 타율 0.217. 전체 안타의 반 가까이가 홈런이어서 ‘걸리면 간다’는 장타자 이미지는 부각됐다. 하지만 타율은 겨우 2할을 조금 넘고 삼진도 15개나 당했다. 아베 신노스케, 오가사와라(이상 16개)와 함께 팀 내 삼진 단골 3인방이다. 10안타 가운데 2루타 이상의 장타가 6개나 되지만 삼진이 더 많아 ‘모 아니면 도’식 타격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같은 팀 외국인 타자 알렉스 라미레스는 홈런이 2개뿐이지만 23안타를 치며 타율 0.329를 기록 중이다. 라미레스는 이승엽(60타석)보다 16번이 더 많은 76타석이지만 삼진은 7개에 불과하다.

이승엽은 방망이가 들쭉날쭉하다 보니 선발 출장에서 빠지는 경우가 잦아졌다. 7일 요코하마전에서는 두 타석 연속 삼진을 당해 경기 중 교체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선발과 대타 출전을 오가고 있다. 시즌 개막과 함께 5번 타자로 출발했지만 10일 한신전부터는 6번으로 내려앉았다. 최근 경기에서 볼넷을 많이 고르며 나쁜 공에 손을 대지 않는 게 그나마 타격감 회복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이승엽은 최근 5경기에서 볼넷 7개를 골랐다.

박노준 SBS 해설위원은 이승엽이 부진한 원인 중 하나로 하라 다쓰노리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상대 선발투수에 따라 적합한 타자를 기용하는 것)을 꼽았다. 박 위원은 “이승엽은 기술적 면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잦은 교체 출장에 따른 심리적 불안이 부진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상대 선발이 좌완이면 선발에서 제외되고 좀 부진하다 싶으면 경기 중에도 교체되면서 심리적으로 쫓기게 됐고 그 바람에 타격 밸런스까지 무너졌다는 분석이다. 박 위원은 “초조한 마음에 큰 것 한 방으로 부진을 만회하려다 보니 스윙이 커지고 삼진도 많아지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덧붙였다. 요미우리는 이날 연장 10회 접전 끝에 주니치에 2-3으로 져 6연승을 마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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