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페리 ‘보기의 악몽’…최고령 우승꿈 날아가

  • 입력 2009년 4월 14일 08시 24분


스포츠에서 매우 긴장되고 위축된 플레이를 할 때 ‘초크’(Choke)라고 한다.

특히 큰 경기 막판에 이런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야구 선수가 배트를 짧게 쥐는 것도 ‘초크’라고 한다. 이런 상황을 빗대 “한 명의 위축된 플레이는 다른 선수의 드라마틱한 역전승을 불러 온다”(One man’s chokes, the other an’s dramatic comeback win)는 스포츠 경구가 있다.

12일(현지시간) 조지아 오거스타 내셔널클럽에서 막을 내린 제73회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그랬다. 헤비급 매치로 통한 타이거 우즈-필 미켈슨의 페어링과 함께 막판 뒷심으로 선두를 추격하며 드라마를 연출한 올 마스터스는 숱한 화제를 뿌렸지만 베테랑 케니 페리의 아쉬운 플레이가 두고두고 화제로 남을 것이다.

PGA 투어 메이저 대회 사상 최고령(48세 8개월 2일) 우승을 눈앞에 둔 페리는 마지막 2홀에서 평소 플레이를 유지하지 못하고 아르헨티나의 앙헬 카브레라에게 그린재킷을 헌납했다.

페리는 최종 라운드 16번홀(파3)에서 신기에 가까운 샷을 날렸다. 홀인원이 아쉬울 정도의 핀에 10cm 가까이 붙는 완벽한 샷이었다.

CBS 캐스터는 “생애 최고의 샷이다”(Shot of his life)며 사실상 페리의 우승을 예감하는 코멘트를 날렸다. 이 홀에서 페리는 탭인 버디를 기록했고, 카브레라도 2m의 내리막 퍼트를 성공시켜 버디를 낚았다.

스코어는 페리가 14언더파, 카브레라와 앞서 플레이를 한 채드 캠벨이 12언더파였다. 두 홀을 남겨둔 상황이라 사실상 승부는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전날 페리의 인터뷰 내용이 그대로 적중됐다.

페리는 3라운드 공동 선두를 마친 뒤 한 기자가 최고령 우승 가능성에 대해서 묻자 이에 대해 “그 답은 하지 않겠다. 오거스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내일 경기가 끝나봐야 안다”며 신중했다.

17번홀에서 티샷을 페어웨이 가운데 떨어뜨린 페리의 세컨드 샷은 그린에 적중하지 못하고 웨지에 떨어졌다. 쇼트 게임에 능한 페리의 칩샷은 여기서도 긴장된 탓인지 내리막을 타고 굴러 결국 보기가 돼버렸다. 무보기로 선두를 지켰던 페리로서는 23홀 만에 나온 보기가 악몽이 될 줄 몰랐다.

18번홀에서 드라이브를 잡은 페리의 샷은 벙커에 빠졌다. 벙커 샷마저 훅이 되면서 그린 왼쪽으로 떨어진데다 어프로치 샷은 길어 또 다시 보기를 기록해 3명이 벌이는 서든데스 플레이오프에 돌입했다. 결국 두 번째 연장홀에서 카브레라가 파, 페리는 보기로 끝나 승부가 갈렸다.

페리는 연장 두 홀을 포함해 4홀을 치는 동안 무려 5차례나 미스 샷을 했다. 긴장됐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아이언 샷이 모두 감겨 훅이 돼 그린에 적중하지 못했다. 70홀까지 보여줬던 안정된 샷이 2타 차로 앞선 두 홀을 버티지 못하면서 끝내 2인자로 남았다.

LA|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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