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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3월 25일 0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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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고 쫓기는 추격전 양상에 숨막히는 1점차 승부, 그리고 9회말 2사서 터진 극적인 동점타까지.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흥행 가능한 국제대회로 격상시킨 한·일전 최후의 5번째 승부는 ‘각본 없는 드라마’처럼 전개됐다. 그러나 연장 10회초 너무도 허무하게 희비가 갈렸다.
○사인미스? 배짱승부?
경기 내내 끌려 다닌 한국은 5회말 추신수의 중월솔로홈런으로 1-1 동점을 만들고, 2-3으로 뒤진 채 맞이한 9회말에는 김현수-김태균의 연속 볼넷으로 잡은 2사 1·2루 찬스서 이범호가 다르빗슈 유에게서 극적인 좌전적시타를 뽑아내 기어이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그러나 곧이은 10회초 임창용이 선두타자 우치카와를 우전안타로 출루시키며 위기를 자초한 끝에 2사 2·3루로 몰렸다.
타석에는 이치로. 누구나 점쳐볼 수 있듯 덕아웃의 김인식 감독은 비어있는 1루를 활용하라는 사인을 포수 강민호에게 냈다. 여차하면 거르라는 주문이었다.
하지만 볼카운트 2-2에서 임창용은 복판으로 8구째를 밀어 넣다가 통한의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후속타자가 오른손 나카지마임을 고려하면 더욱 기막힌 장면이었다.
경기 후 김인식 감독은 “그때 차라리 고의4구로 거르라고 (명확히) 지시하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면서도 “왜 임창용이 승부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임창용은 “사인을 보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이치로와는 승부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는데 마지막 공은 실투였다”고 덧붙여 묘한 여운을 남긴다.
○‘천추의 한’ 남긴 고영민

정근우 대신 2루수로 선발출장한 고영민은 공수에 걸쳐 평소답지 않았다.
3회초 수비 무사 1루서 아오키의 직선타구를 글러브에 넣었다가 빠뜨려 선취점의 빌미를 제공한데 이어 5회말에는 추신수의 동점홈런 뒤 좌전안타를 치고 2루까지 달리다 아웃돼 흔들리던 일본 선발 이와쿠마를 도와주고 말았다.
무엇보다 아쉬운 대목은 9회말 3-3 동점 이후 계속된 2사1·2루서 맞이한 그의 타석.
김현수와 김태균이 대주자 이종욱과 이택근으로 교체된 터라 연장에 돌입하면 한국 타선은 무게감이 현격히 떨어져 변변한 기회조차 잡기 어려운 형국이었다.
따라서 고영민이 좀더 침착히 다르빗슈를 몰아붙여야 했지만 결과는 턱도 없는 삼진이었다.
LA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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