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국의 여기는 샌디에이고!] 봉중근 열사, 오늘도 日쏜다

  • 입력 2009년 3월 18일 07시 38분


화해의 제스처를 한 것일까, 말 속에 숨은 뜻이 있는 것일까.

독설가로 유명하던 일본의 간판타자 스즈키 이치로가 한국을 향해 윙크를 보냈다.

18일(한국시간) 낮 12시 펫코파크에서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한국전을 앞두고 한국을 ‘헤어졌던 옛 애인’으로 묘사했다.

그러면서 이럴 바에야 결혼을 하는 것이 낫겠다며 추파를 던졌다.

이치로는 17일 펫코파크에서 팀 훈련을 소화한 뒤 공식 인터뷰 자리에 앉아 한국과의 3번째 대결에 대해 “이것은 운명이다”면서 “마치 길거리에서 작별했던 옛 연인을 만나는 것 같다”고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자주 만나면 나중에 결혼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해 폭소를 유발했다.

이치로의 말은 한국과 일본이 이번 대회에서만 벌써 3번째 맞붙게 되는 모순적인 대회방식을 꼬집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기더라도 또 붙어야하는 운명적인 만남.

한국과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최대 5번이나 붙어야하고,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가 되는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그만큼 서로가 부담스러운 상대이며 운명적인 라이벌이라는 뜻도 내포돼 있다.

이치로는 이어 “한국은 선수들의 체격이 크고 일본보다는 미국 스타일의 야구에 더 가까운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일본 앞에 아무도 없다’는 식의 안하무인격 발언에서 한층 후퇴한 듯한 느낌이다.

이치로는 3년 전 제1회 WBC에서 “앞으로 30년간 일본을 넘볼 수 없도록 만들겠다”는 도발적인 발언을 해 한국 선수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일본 내에서도 한국선수들이 똘똘 뭉치면서 이치로의 발언은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대회에서 이치로는 유난히 말조심을 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치로는 위트 넘치는 인터뷰를 뒤로 하고 한일전을 앞두고는 결전의 자세를 취했다.

‘(멕시코전에서) 한국이 홈런 3방을 쳤는데 한국을 상대하기 힘들 것 같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경기에서는 무조건 이길 것이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한국야구의 장단점에 대한 질문에도 “나는 그런 질문에 대답하지 않겠다”며 회피했다.

한국 역시 일본과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일본을 다시 한번 꺾고 4강행을 확정하겠다는 의지다.

9일 1라운드 1위 결정전에서 역투를 거듭하며 1-0 승리를 이끈 ‘의사 봉중근’을 다시 선발투수로 내보내기로 확정했다.

봉중근은 당시 5.1이닝 동안 안타 3개만 내준 채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이틀 전 3안타와 도루로 콜드게임 패 수모를 안겨 준 이치로를 상대로 첫 대결부터 타임을 부르며 호흡을 끊은 뒤 3차례 대결에서 모두 승리했다.

그러면서 ‘의사 봉중근’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이번 대회 2경기에 등판해 8.1이닝을 던져 4사구 없이 5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한 투구를 자랑하고 있다.

‘방어율 0’일 뿐만 아니라 WBC에서 8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중 유일한 무4사구 투수이자 가장 적은 안타를 허용한 주인공이 바로 봉중근이다.

한편 일본은 예상대로 시속 150km의 강속구 투수인 우완 다르빗슈 유를 선발로 발표했다.

샌디에이고(미 캘리포니아주)|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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