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는 빅볼과 스몰볼을 혼합한 ‘퓨전 베이스볼’이었던 것이다.
멕시코는 안방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1라운드 B조 4게임에서 무려 12개의 홈런을 때려 경기당 평균 3개라는 ‘경이로운 방망이’를 과시했지만 막상 2라운드 첫 판에선 한국의 홈런포 3방에 무릎을 꿇었다.
멕시코의 넋을 뺀 것은 비단 한국의 홈런포 뿐만이 아니었다.
빅볼을 상징하는 홈런으로 전세를 뒤집은 한국은 스몰볼의 상징인 번트로 추가점의 발판을 놓는 등 현란한 공격술로 상대의 얼을 뺐다.
6회말 무사 1루서 이범호의 페이크번트 앤드 슬러시로 ‘한국식 스몰볼’의 또 다른 힘을 보여준 뒤 다음타자 이용규에게는 정석대로 보내기번트를 대 찬스를 이어갔다.
전 타석에서 큼지막한 홈런포를 때려냈던 고영민도 7회말 선두타자로 등장해 기습번트로 멕시코의 의표를 찌르고 대량득점의 발판을 놓았다.
빅볼 같은 스몰볼, 스몰볼 같은 빅볼. 멕시코는 한국의 ‘토털 야구’에 맥없이 두손, 두발을 다 들었다.
샌디에이고(미 캘리포니아주)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