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승부처] 대만 어설픈 번트 ‘괴물’ 기 살렸다

  • 입력 2009년 3월 7일 07시 22분


출발이 좋았다. 대회 전체의 시발점이었던 1차전 1회부터 한국에는 승운이, 반대로 대만에는 불운이 교차했다고나 할까. 한국 선발 류현진과 대만 선발 리전창은 첫 경기의 중압감 탓인지 나란히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180도 달랐던 뒤처리 결과는 승패로 직결됐다.

○한국 ‘기(氣 )’ 살려준 장즈시앤의 어설픈 번트…1회초 대만 공격

류현진은 국내 프로경기에서도 종종 ‘슬로 스타터’의 면모를 보이곤 했다. 1·2회 4구 허용빈도가 높은 편이다. 1차전 선발의 중책을 안은 류현진은 대만 톱타자 린저쉬앤을 맞아서도 몸이 덜 풀린 듯 볼넷을 내줬다. 보스턴 마이너리그 소속으로 준족을 자랑하는 린저쉬앤의 특성을 고려하면 불안한 장면.

그러나 대만 예즈시엔 감독이 꺼내든 보내기 작전이 실패하면서 눈 깜짝할 사이 상황이 변했다. 2번 장즈시앤은 볼카운트 0-1에서 번트를 시도했지만 타구가 뜨면서 류현진의 글러브에 그대로 들어갔고, 스타트를 끊었던 1루주자 린저쉬앤도 귀루에 실패해 졸지에 더블아웃이 됐다. 장즈시앤은 당초 3루쪽으로 번트를 대려는 듯했으나 신속히 달려들어오는 이대호를 발견하고는 1루쪽으로 방향을 틀려다가 낭패를 보고 말았다.

○리전창의 ‘소심투’, 한국 타자들의 ‘굿 아이(good eye)’…1회말 한국 공격

리전창은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본선리그 쿠바전에서 6.2이닝 1실점의 호투를 선보였던 유망주로 이번 대회 대만의 실질적 에이스다. 그러나 1회말 컨트롤 불안과 더불어 앤디 플레처 주심의 인색한 스트라이크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스스로 무너졌다. 이날 플레처 주심은 낮은 볼에 좀처럼 손을 올리지 않았다. 1회초 류현진도 이 때문에 다소 고전했다.

위축된 리전창을 상대로 한국 타자들은 발군의 선구안과 인내심을 발휘, 1회말 대거 6득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무사 만루서 김태균이 기대대로 선제 2타점 좌전적시타를 때려준데 이어 1사 1·2루서 추신수도 실전 공백 우려에도 불구하고 침착한 선구안으로 볼넷을 얻어 다시 만루 찬스를 이진영에게 넘겨준 대목이 빛났다. 이진영은 다급해진 리전창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도쿄돔 우측 펜스 너머로 큼지막한 그랜드슬램을 꽂아넣으며 일찌감치 대세를 갈랐다. 김태균과 이진영의 결정타 2방으로 1회부터 순조롭게 득점 물꼬를 튼 덕분에 한국은 경기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었다.

도쿄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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