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사태’를 통해본 MLB] 오만한 ML

  • 입력 2009년 3월 4일 07시 49분


MLB 소속선수 부상땐 의사 파견…출전여부까지 결정

타격·수비훈련까지 막아…연습경기 투구수 제한하기도

‘새벽에 불러내 상태를 보고 판단하겠다?’

오만방자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회를 주도하는 건 메이저리그사무국(MLB)이니까 참가국은 아무 말 말고 MLB 말만 따르라는 안하무인격 태도다.

왼쪽 팔꿈치 통증을 느끼고 있는 클리블랜드 추신수(27)의 대표팀 엔트리 진입 여부가 4일 새벽에 결정된다. 메이저리그사무국(MLB)에서 파견한 워싱턴 구단 팀 닥터 토마스는 3일 오후 늦게 추신수의 상태를 점검한 뒤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확신을 가질 수 없다. 내일 한번 더 보고 판단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 시간으로 4일 오전 7시가 부상선수 교체 마감시간임을 들어 대표팀이 난색을 표시하자 “그럼 오전 5시든, 6시든 보겠다”는 황당한 답을 내놓은 채 숙소로 돌아갔다. MLB의 이해할 수 없는 횡포에 대표팀은 요미우리전이 끝난 늦은 시간에 다음 날 새벽에 도쿄돔을 쓸 수 있도록 대회 조직위원회에 부탁하는 등 부산을 떨어야만 했고, 코칭스태프는 심야 회의를 통해 ‘테스트를 받을 것인지, 추신수를 지명타자로만 쓰겠다는 조건하에 엔트리에 포함시키겠다고 할 것인지’ 등을 논의했다.

분위기상 MLB 닥터가 이제 와서 추신수의 엔트리 진입을 반대할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이른 새벽에 선수를 불러내 상태를 본 뒤 판단하겠다’고 말한 것이나, ‘MLB 닥터 허락 없이는 연습게임도 뛰지 말라’고 하는 등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행태가 계속되면서 한국 대표팀의 불만은 극도로 고조되고 있다. 김인식 감독은 “클리블랜드 입장을 이해하지만…”이라면서도 “이 정도 날짜가 되면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하는데…”라며 답답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추신수는 3일 요미우리와의 연습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당초 클리블랜드 구단은 추신수의 왼쪽 팔꿈치 수술 전력을 들어 대표팀 합류를 허락하면서 1라운드 1게임, 2라운드 2게임만 수비를 할 수 있도록 ‘제한 조치’를 뒀다. “어쩔 수 없이 따라야할 것 같다”는 추신수의 말대로 여기까지는 받아들인다고 해도 이번 MLB 닥터 파견 문제나 의사 결정 과정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 대표팀에도 분명히 공식 트레이너가 있고, 한국 트레이너들은 충분히 뛸 수 있다고 판단하는데 MLB에서 나온 의사 의견에 한국 대표팀 운명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MLB가 주도하는 대회지만 빅리그를 대표하는 여러 선수들은 출장조차 거부, WBC 권위는 이미 땅에 떨어진 오래고 ‘WBC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야구는 MLB만 하는게 아닌데 모든 걸 자기 뜻대로 하겠다는 미국이다.

도쿄|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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