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1그랑프리 5번째 무대 남아共 가우텡을 가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2월 23일 02시 54분



뜨거운 태양도 숨죽인 ‘총알 머신’의 질주

10만 관중석 매진 열광의 축제


남아프리카의 뜨거운 태양 아래 트랙은 타들어가는 듯했다.

섭씨 32도를 넘는 무더운 날씨에 바람조차 거의 없어 등줄기에는 땀이 흘렀다.

서킷 위의 ‘머신’(자동차 경주 차량)들의 기세는 더위를 삼킬 듯했다. 출발선에 지그재그로 선 20대의 머신이 시동을 걸자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중저음의 엔진 소리가 지축을 흔들었다. 콘서트 현장에 온 것처럼 가슴 저편이 울렁였다.

“빠∼앙!” 하는 굉음과 함께 머신들이 총알처럼 튀어나가자 수만 관중의 환호가 하늘로 울려 퍼졌다.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북쪽 가우텡 주에 위치한 키알라미 서킷.

국가대항 자동차 경주 ‘A1 그랑프리’의 2008∼2009시즌 다섯 번째 무대는 열광의 축제였다.

경기장 입구에서는 극심한 자동차 정체 현상이 빚어졌다. 곳곳에 마련된 주차장은 관중의 차량으로 가득 찼다.

4만5000석의 좌석을 포함해 서킷 둘레에 설치된 입석(5만3000석)까지 9만8000석이 모두 매진됐다. 골드 좌석 입장료는 남아공 화폐로 500랜드(약 8만 원), 입석도 170랜드(약 2만7200원)로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백인 관중은 광란의 질주를 보기 위해 지갑을 열었다.

줄루족 말로 ‘나의 집’이란 뜻의 키알라미 서킷의 길이는 총 4.26km.

한 바퀴를 도는 데 90∼100초 걸린다. 머신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지만 그들이 내뿜는 굉음에 경기가 어디쯤 진행됐는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한국 대표팀인 A1 팀 코리아는 지난해 10월 5일 네덜란드 잔드보르트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다. 드라이버 황진우(26)가 첫 대회에서 7위에 오르며 선전했지만 나머지 대회에서 연이어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지난해 F3 마카오 그랑프리 우승자인 재일교포 3세 이경우(20)를 최근 영입했다.

한국대표팀 결선진출 좌절

남아공에서 반전을 노렸지만 팀 코리아는 아쉽게 출전하지 못했다. 대회 조직위가 운영 미숙으로 차량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 팀 코리아는 4월 12일 포르투갈 알가르브 대회에서 재도약을 노리게 됐다.

이경우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쉽다. 다음 대회에서 중상위권 진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가우텡=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A1 그랑프리는

모든 팀에 같은 車

자동차 국가대항전


A1 그랑프리는 자동차 경주의 ‘월드컵’이라 불린다.

자동차 경주 팬들에게 익숙한 F1 그랑프리가 페라리, 매클래런, BMW 등 자동차 제조사들의 대결인 반면 A1은 국가 대항전이다.

이 때문에 ‘팀 코리아’(한국), ‘팀 영국’(영국) 등 팀 이름에도 국가명이 들어가야 하고, 드라이버도 팀 국적에 뿌리가 있는(조부모 국적까지 인정) 선수로 제한된다.

2005∼2006시즌부터 시작한 A1 그랑프리의 열기는 뜨겁다. 이미 미국의 인디카, 나스카 경주 대회의 인기(시청자 수)를 앞질렀다.

A1은 같은 엔진과 섀시, 타이어 등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같은 머신(차량)을 타고 경주를 펼친다. 드라이버의 능력이 순위를 결정한다. 따라서 자동차 경주 후발 국가들이 참여하기 쉽다. 최근 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 아시아 팀들이 속속 레이싱에 참가하고 있다.

A1 머신의 무게는 650kg으로 국내 경차인 마티즈(795kg)보다도 가볍다. 하지만 600마력의 4500cc 페라리 엔진을 장착해 최고 속력은 시속 350km 가까이 나온다. 연료는 에탄올.

이번 대회는 단거리 경주(스프린트 레이스)와 장거리 경주(피처 레이스)를 펼쳐 각각 포인트와 상금을 나눈다.

올 시즌은 7개월 동안 9개국에서 대회를 열어 누적 포인트로 우승을 가린다.

가우텡=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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