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 4끼에 간식 추가 … 연아, 저녁은 과일로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2월 21일 03시 02분


‘종목따라 천차만별’ 선수들의 식이요법
태릉선수촌 메뉴 하루평균 5000Cal… 일반성인의 2.5배 수준
체조는 샐러드-과일 위주로… 이봉주 “시합전 자장면 먹었다”

태릉선수촌 조성숙 영양사는 장미란(역도)이 식사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감탄사가 나온다. 20년 넘게 선수촌 식당에서 대표선수들의 ‘든든한 배’를 책임지고 있는 그가 기억하는 최고의 ‘대식(大食)가’는 ‘작은 거인’ 전병관 씨(역도·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와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 조 영양사는 “두 사람 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좋은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며 “먹는 것만으로도 ‘세계 챔피언감’”이라고 전했다.

○ 레슬링-복싱 경기 앞두고는 금욕
매일 엄청난 훈련을 소화해야 하는 스포츠 선수 가운데는 대식가가 많다.
점심 메뉴만 15가지 이상 나오는 태릉선수촌 식당이 선수들에게 제공하는 하루 평균 칼로리는 5000Cal 이상. 성인 권장 하루 평균 칼로리가 2000Cal가량임을 감안하면 2배가 넘는다.
특히 순간적인 힘을 많이 쓰는 역도, 씨름 선수들은 ‘먹성’ 좋기로 유명하다. 역도 무제한급 선수들은 하루에 5끼 이상 먹으면서도 칼로리 높은 음식으로 야식까지 즐긴다. 고기 뷔페에 단체 회식을 가면 주인이 돈을 주며 돌려보낸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듣는 씨름 선수들 역시 앉은자리에서 고기 10인분을 너끈히 먹어치우는 대식가다. 또 축구, 농구, 배구 등 활동량이 많은 구기종목 선수들의 식성도 일반인들의 감탄사를 자아낸다.
반면 ‘먹고 싶어도 못 먹는’ 스포츠 선수들도 있다.
평균 몸무게가 30kg대인 여자체조 선수들은 주로 샐러드와 과일 등 칼로리가 낮은 음식 위주로 식단을 짠다. 여자체조 국가대표팀 민화영 코치는 “태릉선수촌에서 체조 선수들은 일부러 다른 시간대에 식사를 한다”며 “다른 종목 선수들이 식사하는 것을 보면 어린 선수들이 참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디빌딩, 리듬체조, 피겨스케이팅,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선수들 역시 ‘함부로’ 음식에 손을 대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김연아(피겨)도 하루에 한 끼 이상 꼭 밥을 먹지만 저녁만큼은 간단한 과일 정도로 해결하는 소식가로 알려져 있다.
훈련 땐 남부럽지 않게 먹지만 경기를 앞두고 ‘금욕’ 생활을 하는 ‘고무줄 열량 섭취’ 선수들도 있다.
레슬링, 복싱, 유도 등 체급 종목들이 대표적인 경우. 유정형 태릉선수촌 훈련지원팀장은 “레슬링 선수들은 훈련 땐 ‘어떻게 저렇게 먹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음식을 입에 쓸어 넣지만 경기를 앞두고 굶을 땐 안쓰러운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전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유명우 씨는 “선수 시절 경기 전 체중 조절을 하면 가족들도 눈치 보며 함께 굶었다”며 “그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웃었다.





○ 이젠 ‘먹는 것’도 전략
운동선수들의 식단은 이제 단순히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됐다.
경기 일주일 전까진 선수들에게 양념도 치지 않은 고기를 먹이다 경기를 앞두고 집중적으로 탄수화물을 섭취시켰다는 한국마라톤의 대부 정봉수 감독의 변화무쌍한 ‘식이요법’은 지금은 스포츠 선수라면 ‘당연히’ 해야 할 과정이 됐다.
선수들은 이제 종목·훈련 방법·시기 등에 따라 음식을 ‘전략적’으로 먹는다. 특히 프로 선수들이나 대표급 선수들일수록 일상 음식 조절에서 원기회복제·비타민 섭취 등에 이르기까지 자기 몸에 맞는 음식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육상 높이뛰기 한국기록 보유자 이진택 주니어 대표팀 감독은 “선수 시절 음식 조절에 실패해 국제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요즘 선수들은 해외 경험이 많고 식이요법 정보도 많아 시행착오가 거의 없어 한편으론 부럽다”고 말했다.
조 영양사는 “10년 전만 해도 선수들이 밥과 고기만 많이 먹으면 힘을 쓴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선수들은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찾기 위해 상담까지 한다”며 “덕분에 몸은 힘들어졌지만 일하는 보람은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체육과학연구원 김영수 책임연구원은 “2007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우승한 이봉주가 ‘대회 전에 먹은 음식이 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자장면’이라고 대답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외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봉주가 먹은 자장면도 몸에 탄수화물을 축적시키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었던 것이지요.”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동아닷컴 정영준 기자


▲동아닷컴 임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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