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살리고 경기도 살린 ‘스마일 許’

  • 입력 2009년 2월 13일 02시 59분


허정무 감독, 질책보다 격려… 훈련장 화기애애

선수들 “분위기 최고… 이란전 즐기면서 경기”

“대표팀 분위기가 이렇게 밝은 것을 본 적이 없어요.”

한국축구대표팀은 11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B조 4차전 이란과의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절반의 성공이었지만 원정에서 귀중한 승점 1점을 얻었다. 승점보다 값진 것도 있었다. 바로 ‘지지 않는다는 분위기’와 ‘즐기는 축구’였다.

12일 이란 테헤란 공항. 이란전 동점골의 주인공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박주영(AS 모나코) 김동진(제니트) 등 해외파 3명과 터키 전지훈련 중인 FC 서울, 부산 아이파크 선수 8명이 나타났다.

이들은 피곤해 보였지만 밝은 표정이었다. 서로 어깨동무도 하고 장난도 쳤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김동진은 “훈련 중이나 경기 뒤 허정무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질책보다는 격려를 많이 해줬다. 선수들은 진다는 생각을 전혀 안 했다”고 말했다. 한 선수는 “언론에서 원정 무승 징크스, 고지대 적응의 어려움 등을 이야기했지만 선수들은 전혀 부담감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은 테헤란에서 가진 닷새간의 훈련도 시종일관 밝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했다.

훈련을 쭉 지켜보던 관계자들과 기자들은 한 가지 공감대가 있었다. 이런 분위기라면 한국이 결코 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박지성은 “후배들이 잘 도와줘서 적응에 문제없었다. 분위기가 무척 좋았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선수들이 만든 것도 있지만 허 감독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힘입은 바도 컸다.

반면에 이란은 홈에서의 무승부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현지 언론과 축구팬들은 홈 무패 징크스가 깨지지 않은 것을 안도하면서도 단조로운 전술을 펼친 알리 다에이 감독을 강하게 비난했다.

다에이 감독은 경기 뒤 “전반 초반에 페널티 반칙을 못 잡아낸 호주 심판의 잘못이 크다. 유럽파 4명을 보유한 한국은 굉장한 팀이었다”며 변명만 해 쏟아지는 비난에 기름을 부었다.

테헤란=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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