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이다” 이승엽 대구서 몸 만들기 돌입

  • 입력 2008년 12월 16일 02시 59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주역으로 활약하고도 소속팀 요미우리에선 이렇다 할 활약을 못하는 등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낸 이승엽. 그가 15일 고향 대구에서 겨울 훈련을 시작했다(아래). 이승엽이 오창훈 세진헬스클럽 관장의 도움을 받아 몸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대구=황태훈 기자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주역으로 활약하고도 소속팀 요미우리에선 이렇다 할 활약을 못하는 등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낸 이승엽. 그가 15일 고향 대구에서 겨울 훈련을 시작했다(아래). 이승엽이 오창훈 세진헬스클럽 관장의 도움을 받아 몸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대구=황태훈 기자
이 악문 李 “명예 회복” 담금질

《#장면 1. 달리기=낮 12시 반 대구 수성구 두산동 집을 나섰다. 간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몸이 가볍다. 평소 몸무게 95kg에서 4kg이나 빠진 덕분이다. 훈련장인 지산동 헬스클럽까지는 3.5km. 20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옷은 흠뻑 젖었고 숨은 가쁘지만 개운하다.

#장면 2. 몸 풀기=헬스클럽에 도착하자마자 땀복으로 갈아입고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고무공을 이용해 몸 곳곳을 풀어줬다. 머리와 허리 다리 순으로 풀었다. 트레이너가 다리 찢기를 한다. 고통이 밀려왔지만 참았다. 완벽하게 몸을 풀어야 부상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장면 3. 힘 붙이기=이제 각종 기구를 들고 당기는 훈련이다. 오랜만에 바벨을 들어보니 온몸의 근육이 탱탱해진다. 30kg짜리 바벨을 몇 차례 들어올리니 입에서 “윽”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한 기구에서 3세트씩 10여 차례 반복했다. 팔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반복 훈련은 필수다. 몸을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수술한 왼손 엄지 힘 실려야 풀스윙 가능”

러닝-웨이팅… 하루 2시간 자신과의 싸움

요미우리 이승엽(32)이 다시 뛴다. 15일 지산동 세진헬스클럽에서 본격적인 겨울 훈련에 들어갔다. 5년째 계속하는 몸만들기다.

이승엽은 “지금은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베이징 올림픽 퍼펙트 금메달의 주역이었지만 일본시리즈에서 소속팀이 준우승에 그쳤을 때 제몫을 다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하지만 이승엽은 “이제 훈련 첫날인 만큼 가볍게 몸을 풀면서 체력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내년 시즌 명예회복을 다짐했다.

지난해 왼손 엄지 수술의 후유증은 이승엽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올 시즌 초반 2군에 내려가 100일간 머문 것도 엄지 통증이 남았기 때문이다.

오창훈 세진헬스 관장은 “승엽이는 베이징 올림픽 야구 예선과 본선에 출전하면서 금메달의 주역이었다. 하지만 정작 소속팀에서는 기여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고 전했다.

일본시리즈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제대로 된 타격을 하지 못했다는 것.

그러나 이승엽은 항상 자신의 단점을 찾아 고치는 성격인 만큼 내년에는 중심타자로 부활할 것이라고 오 관장은 자신했다.

이승엽은 엄지 통증은 사라졌다고 했다. 하지만 수술 부위는 아직도 약하다.

오 관장은 “승엽이는 왼손에 중심이 잡혀야 제대로 된 타격이 나온다”며 “왼손에 힘을 제대로 실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양손으로 철제 원판을 5kg에서 15kg까지 들었다 놓았다 반복하는 훈련을 할 계획이다.

이승엽은 헬스클럽 회원들과 스스럼없이 지냈다. 반갑게 눈인사를 나누고 악수를 했다. 누군가 “올림픽 금메달 따느라 고생 많았죠”라고 말하자 이승엽의 얼굴은 밝아졌다.

훈련은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이승엽은 잠시 호흡을 고르는 동안에도 야구만을 생각했다. 거울을 보며 방망이를 휘둘렀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라는 마음으로.

대구=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황태훈 기자


▲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황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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