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 코리안 누가 받나” 들썩이는 코트

  • 입력 2008년 12월 5일 03시 00분


KBL, 내년 2월 한국계 혼혈선수 대상 특별 드래프트

검증된 선수는 4명뿐… 10개 구단 선발방식 놓고 설전

한국 여자 농구는 올림픽 8강에 오르는데 왜 남자는 본선 진출조차 힘들까?

남자 농구인들은 “피부터 다르다”고 말한다. 서양 선수에 비해 힘과 탄력, 유연성까지 밀리는 등 ‘극복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

하지만 변화의 흐름이 보인다. 프로농구가 ‘하프 코리안(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의 수혈을 본격 실시키로 했다. 대표팀뿐만 아니라 프로농구에도 일대 지각 변동이 일 것으로 보인다.

○ 사상 첫 하프 코리안 드래프트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이달 말까지 하프 코리안들을 상대로 드래프트 신청서를 받은 뒤 내년 2월 별도 드래프트를 열기로 했다. 기존에는 귀화 선수만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국내 무대를 밟을 수 있었지만, 이번 ‘특별 드래프트’로 귀화 신청 중인 혼혈 선수도 모국 땅에 설 수 있게 된 것.

문호가 넓어지자 미국 청소년 대표 출신의 토니 애킨스(178cm)와 지난 시즌 모비스에서 용병으로 뛰었던 에릭 산드린(202cm)이 한국 진출을 희망했다. 또한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제로드 스티븐슨(200cm)과 동생 그렉(198cm)도 신청서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하프 코리안 러시’가 이뤄지는 것이다.

전육 KBL 총재는 “프로농구의 콘텐츠를 향상시키고 국가대표팀의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가급적 빨리 하프 코리안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국제농구연맹(FIBA)은 국가대표에 귀화선수를 1명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혼혈 선수들이 귀화가 아닌 국적회복으로 국내에 들어올 경우 제한 없이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다. 혼혈 선수가 주축이 된 대표팀이 탄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 이해관계에 갈라진 프로농구계

구단들은 하프 코리안을 받아들인다는 총론에는 합의했지만 선발 방식 등 각론에선 첨예하게 대립한다. 구단은 10개에 달하지만 현재까지 실력이 ‘검증된’ 선수는 최대 4명에 그치기 때문. KBL은 최근 외국 에이전트를 통해 다른 혼혈 선수들을 수소문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지난 시즌 하위권의 한 단장은 “하위 팀에 우선선발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상위권의 한 단장은 “새로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공평하게 추첨권을 줘야 한다”고 반박했다.

특히 다음 시즌부터 용병의 출전이 1∼4쿼터 모두 1명으로 줄어 혼혈 선수의 주가는 더 높아졌다.

KBL은 우선 단장 4명이 포함된 소위원회를 8일 열어 이견을 좁힐 계획이지만 난항이 예상된다. 한 단장은 “구단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해 판 자체가 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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