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집으로”…이탈리아, 프랑스 2-0 꺾고 천신만고 8강

불과 2년 전인 2006년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세계 축구계를 호령했다. 그해 독일 월드컵에서 두 나라는 결승에서 만났고 승부차기까지 간 끝에 이탈리아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8)를 앞두고 두 나라는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이들 두 팀이 18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르기 위해 스위스 취리히의 경기장에 들어설 때 선수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두 팀 모두 자력으로 8강 진출을 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와 루마니아가 합류해 ‘죽음의 조’로 꼽힌 C조에서 양상은 예상과는 완전히 딴판으로 흘렀다. 네덜란드가 이탈리아를 3-0, 프랑스를 4-1로 꺾고 승승장구하며 일찌감치 8강 진출을 확정지은 가운데 이 ‘우승 후보’들은 C조에서 가장 약체로 꼽힌 루마니아에도 모두 비기며 비틀거렸다.

같은 시간 벌어진 경기에서 전적 2무의 루마니아가 주전들이 대거 빠진 채 경기에 임한 네덜란드를 이길 경우 각각 1무 1패 전적의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승부에 관계없이 짐을 싸야 할 처지였다.

하지만 경기를 앞두고 취리히 경기장에 뜬 무지개는 운명의 여신이 이탈리아에 보내는 미소였다. 네덜란드가 루마니아를 2-0으로 이긴 덕분에 프랑스를 2-0으로 꺾은 이탈리아가 극적으로 8강에 진출하게 된 것.

프랑스는 전반 10분 왼쪽 측면을 맡은 공격의 주축 프랑크 리베리가 부상으로 실려 나간 데 이어 전반 24분에는 수비수 에리크 아비달이 상대 페널티 지역에서 반칙을 하는 바람에 퇴장당하고 이탈리아에는 선제골 기회를 헌납했다.

이탈리아는 안드레아 피를로가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1-0으로 앞섰고 후반 17분에는 다니엘레 데로시의 프리킥이 수비벽 오른쪽에 서 있던 프랑스의 ‘간판스타’ 티에리 앙리의 발에 맞고 꺾이면서 골대 안으로 들어가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탈리아가 프랑스를 승부차기 없이 이긴 것은 30년 만에 처음이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