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강국을 배운다]<1>미국올림픽위원회

  • 입력 2008년 6월 19일 02시 56분


미국 콜로라도 주 콜로라도스프링스에 있는 올림픽 트레이닝센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205개 회원국의 국기가 걸려 있다. 이 센터 내에 있는 미국올림픽위원회(USOC) 본부는 2008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뒤 시내 새 건물로 이전할 계획이다. 본부가 있던 건물은 기혼자 숙소 등으로 활용된다. 콜로라도스프링스=이승건 기자
미국 콜로라도 주 콜로라도스프링스에 있는 올림픽 트레이닝센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205개 회원국의 국기가 걸려 있다. 이 센터 내에 있는 미국올림픽위원회(USOC) 본부는 2008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뒤 시내 새 건물로 이전할 계획이다. 본부가 있던 건물은 기혼자 숙소 등으로 활용된다. 콜로라도스프링스=이승건 기자
《“베이징을 향하여∼.” 2008 베이징 올림픽(8월 8∼24일) 개막을 50일 앞두고 세계 각국이 열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본보는 국내 주요 스포츠시설 및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과 함께 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 캐나다 등 스포츠 강대국들의 올림픽 준비 현황과 주요 스포츠시설, 스포츠정책 및 스포츠산업을 취재하는 공동기획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베이징 올림픽 현장 기획: 스포츠 강국을 배운다’ 시리즈를 통해 2008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각국의 메달 전망 및 훈련 현장과 아울러 엘리트와 생활 체육에 이르기까지 스포츠를 통해 건강한 국민, 강한 나라를 만들어 가는 현장을 생생하게 전해 드립니다.》

‘Amazing Awaits(놀라운 기다림).’

지난해 8월 미국올림픽위원회(USOC)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의 기본 방침으로 내세운 문구다. 꿈의 올림픽 무대를 밟기 위해 선수들이 지나온 길고 힘든 여정을 함축했다. 미국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때부터 3회 연속 올림픽 종합 1위를 차지한 스포츠 최강국. 미국 아마추어 스포츠를 진두지휘하는 USOC를 찾았다.

○ 미국 스포츠 심장부는 관광 명소

콜로라도스프링스 시내에서 USOC가 있는 올림픽 트레이닝센터로 가는 길. 시청 별관에 걸려 있는 대형 플래카드가 눈에 띈다. USOC가 앞으로 25년 동안 시에 남기로 한 것을 환영하는 것이었다. 다른 10여 개 도시가 유치를 희망했지만 USOC는 시로부터 5300만 달러(약 550억 원)를 지원받고 이곳에 남기로 했다. 지역 언론에 따르면 관광과 고용 창출 등으로 USOC 유치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연 3억4000만 달러(약 3500억 원)에 달한다. 이곳에 올림픽 트레이닝센터가 자리 잡은 것은 1977년이었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이 해발 1800m인 이곳에서 고지 적응 훈련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많은 선수가 땀을 흘리며 훈련하고 있는 트레이닝센터를 상상했지만 눈에 띄는 건 주로 관광객이었다. USOC 대럴 사이벨 대변인은 “여기서 1년 내내 훈련하는 종목은 배구와 레슬링 정도다. 이 종목 선수들도 지금은 소집 기간이 아니라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선수들을 한곳에 모아 훈련시키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미국에는 올림픽 트레이닝센터가 3곳 있다. 콜로라도스프링스에 수영, 사격, 체조, 역도, 레슬링, 배구 등을 위한 체육관이 있고 레이크플래시드에 스키, 아이스하키, 복싱, 카누 등의 시설이, 출라비스타에 양궁, 사이클, 축구, 테니스 등의 시설이 있다.

관광객은 연인원 14만 명에 달하고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도 북적댄다. 하루 평균 약 40달러 정도의 비용만 내면 센터 내의 숙소와 체육관을 이용할 수 있다. 그들은 문턱 없는 선수촌에서 올림픽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 정부 예산 한 푼도 안 받아

USOC는 국가에서는 예산을 전혀 지원받지 않는다.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는 정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지원을 받는다. 대한체육회의 올 예산 1297억 원 가운데 국고 보조금이 651억 원, 공단 지원금이 약 580억 원이다.

USOC의 예산은 연평균 1억5000만 달러(약 1550억 원) 정도. 가장 큰 수입원은 40% 정도를 차지하는 기업 후원금이며 그 다음이 방송 중계료다. 일반인 후원금이 7∼8%에 달하는 것이 이채롭다. USOC는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을 위한 일반인 기부금을 모으고 있다. 약 5000만 달러(약 520억 원)가 목표인데 18일 현재 약 4700만 달러가 모였다.

중국은 안방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사상 첫 종합 1위를 노리고 있다. USOC의 최고경영자(CEO) 제임스 셰어 씨는 “순위보다는 올림픽 정신 구현이 목표”라고 말했지만 지난 대회 수준을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 대회 미국은 1위였다.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수영), 숀 존슨(체조), 타이슨 게이(육상) 등 세계적인 스타들은 국민의 관심과 후원 속에 올림픽을 준비해왔다. 그리고 8월 베이징에서 ‘놀라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콜로라도스프링스=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선수출신 아니기 때문에 윗사람 눈치볼 필요없어”▼

美 태권도협 CEO 애스키너스

USOC는 데이비드 애스키너스(사진) 미국태권도협회 최고경영자(CEO)와의 인터뷰를 주선했다. 한국이 태권도 종주국이라 관심이 많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USOC의 CEO 제임스 셰어 씨가 레슬링 선수 출신인 데 비해 애스키너스 씨는 전문 경영인 출신이다. 대부분의 경기단체 수장을 정치인이 맡고 있는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애스키너스 씨는 경영학을 전공했고 변호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 스포츠 투자 자문 등을 하는 스포츠 컨설팅 회사도 운영했다.

선수 출신도 아닌데 어떻게 협회를 이끌게 됐느냐고 묻자 그는 질문을 예상했다는 듯 거침없이 대답했다.

“태권도계는 상하 관계가 확실하다. 그동안 건의할 게 있어도 윗사람 눈치를 보는 일이 많았다. 나는 태권도 선수 출신이 아니라 그런 문제에서는 자유롭다.”

2005년 12월 미국태권도협회 이사회는 그를 CEO로 선임하면서 “태권도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미국의 대표적인 종목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경력과 자질을 지닌 인물”이라고 발표했다.

태권도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겨우 살아남았다. 2016년 포함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형편. 하지만 애스키너스 씨는 태권도가 매우 유망한 종목이라고 말했다.

“200개가 넘는 국가에서 태권도는 인기 스포츠다. 발레 같은 예술적인 동작과 두뇌 플레이를 겸비해야 하기 때문에 전자 호구가 정착되면 올림픽에도 계속 남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태권도협회는 예산의 10∼15%를 USOC가 책임지고 나머지는 가입금, 후원금, 경기운영 수익금, 기부금 등으로 충당한다. 애스키너스 씨는 태권도의 언론 노출 빈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래야 수입이 늘어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투자에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 미국 대표팀 4명 가운데 3명은 태권도 명가 ‘로페스 가문’의 남매다. 맏형 진은 코치를 맡고 있어 4남매가 모두 베이징에 간다.

“태권도는 아직 한국이 최고다. 하지만 언젠가는 미국도 최고가 될 것이다.”

미국의 태권도를 책임지고 있는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콜로라도스프링스=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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