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역정만큼, 코트의 승부도 뜨겁게…

  • 입력 2008년 3월 7일 02시 46분


10여 년 전 나란히 음식점 사장이던 그들이 이제 여자프로농구 사령탑으로 정상 문턱에서 만났다.

7일부터 시작되는 4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에서 맞붙는 임달식(44) 신한은행 감독과 최병식(42) 국민은행 감독.

현역 시절 스타 출신이자 아마추어 명문 팀 현대에서 2년 선후배로 한솥밥을 먹었던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식당 경영이라는 외도를 했다.

임 감독은 최 감독이 입대해 있던 1991년 농구대잔치 결승에서 기아 허재(현 KCC 감독)와 주먹다짐을 벌여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 사건 후 오랜 기간 방황하던 그는 1997년 서울 강남에 한정식집을 개업해 한때 한 달에 3000만 원 가까이 벌 만큼 사업 수완을 발휘했으나 외환위기 때 빚더미에 올라 3년 만에 폐업하는 시련을 겪었다.

최 감독은 프로농구 출범을 앞둔 1996년 은퇴 후 일반직 사원 근무를 놓고 고민하다 서울 강서구에서 ‘농구인의 집’이라는 고깃집을 3년 동안 운영했다.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고기를 썰고 야채를 나르며 애정을 쏟은 덕분에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했으나 경기 침체에 휘말려 결국 문을 닫았다.

비록 코트를 떠나 있었어도 농구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어 복귀했던 이들은 “운동만 하느라 몰랐던 사회에 대한 눈을 뜬 계기가 됐다. 사람을 다루는 노하우를 터득하다 보니 농구 지도자 생활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서인지 임 감독은 올 시즌이 여자프로농구 데뷔 무대인데도 끈끈한 리더십으로 스타 군단 신한은행의 조직력을 한층 끌어올려 정규리그 우승을 맛본 데 이어 통합 챔피언까지 노리고 있다.

2005년 코치를 거쳐 이듬해부터 국민은행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 역시 섬세하게 선수들을 이끌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올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 싸움에서 살아남았다.

휘문고와 고려대를 거친 가드 출신 임 감독은 세련된 외모로 원조 귀공자라는 별명을 얻은 반면 마산고와 연세대에서 센터로 뛴 최 감독은 투박한 모습에 억센 경상도 사투리가 트레이드마크.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감독의 맞대결은 신한은행의 우세가 예상된다. 임 감독은 올 정규리그에서 공수에 걸친 탄탄한 전력을 앞세워 최 감독에게서 7전승을 거뒀다.

“단기전인만큼 방심하지 않겠지만 잘될 것 같다.”(임 감독)

“약점을 찾기 힘든 강팀이지만 수비 변화로 이변을 노리겠다. 경기는 해 봐야 아는 것 아닌가.”(최 감독)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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