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바로 프로배구 여자부 선두(8승 2패)를 질주하고 있는 흥국생명 황현주(41) 감독.
프로배구나 프로농구 감독들은 대개 정장 차림으로 경기장에 나선다. 어떤 넥타이를 맬 지가 작은 고민거리. 그러나 황 감독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분홍색 톤에 흰색이 약간 가미된 넥타이 하나면 한 시즌을 거뜬히 버틴다.
황 감독뿐 아니다. 배구장에서 분홍색 넥타이를 맨 사람은 십중팔구 흥국생명 관계자라고 보면 된다. 이인석 단장, 심기섭 부단장 등 나이 지긋한 고위층도 예외가 아니다.
흥국생명의 정식 팀 명칭은 ‘흥국생명 핑크 스파이더스’. 천안에서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팀 이름에서 비롯된 ‘핑크(분홍색)’가 온 경기장을 휩쓴다.
24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로공사와의 홈경기. 선수들은 분홍색 계통의 유니폼을 입었다. 응원단은 모두 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분홍색 막대 풍선을 들고 응원을 했다. 광고판 역시 분홍색 일색이었다.
흥국생명이 팀 이름에 핑크를 넣은 것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였다. 작명과 디자인에 적지 않은 돈과 노력이 들었다. 흥국생명은 황연주 전민정 진혜지 김연경 등 미녀 선수가 많아 ‘미녀 군단’으로 불린다. 분홍색 옷을 입은 선수들이 지난 시즌 우승에 이어 올해도 선두를 질주하고 있어 흥국생명의 ‘핑크 마케팅’은 자연스레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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