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레 “예상 적중한 건 왜 보도 안 하나”

9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2006 독일월드컵 개막식에서 축구황제 펠레가 독일 모델 클라우디아 쉬퍼와 함께 월드컵 우승컵을 들고 있다.(AP)

“내 예상이 적중한 건 왜 보도하지 않느냐”

‘축구 황제’ 펠레(65)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펠레의 저주’에 대해 공식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펠레는 22일 피파월드컵과의 단독인터뷰에서 “대회 전에 에콰도르의 플레이를 보면서 16강에 진출할 거라고 말했는데 에콰도르가 정말 그렇게 됐다. 많은 기자들이 나의 예상이 적중하는 것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 한다”고 말했다.

‘펠레의 저주’는 펠레가 예상을 하면 반대의 결과가 발생하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우선 4년전 그는 프랑스를 우승후보로 지목하면서 지단을 극찬했다. 뚜껑을 열기도 전에 지단은 평가전에서 부상을 당했으며 팀은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예선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마찬가지로 우승후보로 꼽혔던 포르투갈도 한국에 발목을 잡혀 짐을 쌌고 준결승에 진출한 한국에 대해서는 독일을 꺾고 결승에 진출한다고 했으나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특히 우승후보국은 그의 말에 긴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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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펠레는 브라질의 2연패를 점쳤으나 브라질은 결승에서 프랑스에 0-3으로 패했고 함께 거론되던 스페인은 조예선에서 탈락했다. 94년에도 콜롬비아를 우승후보 1순위로 지목하고 전대회 우승국인 독일을 함께 우승후보로 예견했지만 콜롬비아는 조예선 탈락, 독일 역시 8강에서 쓴잔을 들이켰다.

펠레는 “나는 내 생각을 이야기 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나는 콜롬비아가 뛰어나서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거라고 말했다”며 “콜롬비아 선수들이 첫 경기에서 아주 잘 뛰었는데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고 많은 사람들은 내가 틀렸다는 데 환호했다”고 말했다.

‘공은 둥글다’는 말처럼 아무리 ‘축구 황제’의 예상일지라도 적중할 필요도, 적중할 수도 없다. 오히려 적중된다면 펠레는 벌써 예언가로 활동했을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 방송사가 펠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16강 진출한다”는 답변을 듣자 상당수 누리꾼들은 해당 방송사를 비난했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는 것.

한국 대표팀은 24일 새벽 스위스를 꺾어야 자력으로 16강 진출한다. 한국과 펠레로서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펠레의 저주’를 이끌어낸 해당 방송사는 당분간 비난의 화살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한편 인터뷰에서 펠레는 프랑스를 가장 실망스러운 팀으로 지적했으며 독일과 아르헨티나를 브라질의 ‘위험한 상대’로 평가했다. 또 잉글랜드의 시오 월컷(17.아스날)이 펠레가 갖고 있는 최연소 득점 기록을 깰 가능성에 대해서는 “브라질이 우승만 한다면 화날 게 없다”고 말했다.

정기철 스포츠동아 기자 tomjung@donga.com

2006 독일월드컵 아르헨티나 vs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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