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에 잠깐 홀렸나?

  • 입력 2006년 6월 14일 03시 09분


코멘트
넋나간 피스터 감독사퇴를 번복하고 돌아와 토고 벤치를 지킨 오토 피스터 감독(왼쪽). 그는 경기에 진 토고 선수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에도 우울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프랑크푸르트=김동주  기자
넋나간 피스터 감독
사퇴를 번복하고 돌아와 토고 벤치를 지킨 오토 피스터 감독(왼쪽). 그는 경기에 진 토고 선수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에도 우울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프랑크푸르트=김동주 기자
토고축구대표팀은 끝까지 ‘도깨비 팀’이었다.

토고팀이 입장할 때까지 세계 여론이 마지막까지 지켜본 것은 과연 누가 토고팀을 지휘하는가였다. 13일 떠들썩한 소란 끝에 결국 떠난 것으로 알려졌던 오토 피스터 감독이 돌아와 코조비 마우에나 코치와 토고의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그러나 경기 시작 직전까지도 토고팀은 “피스터 씨가 벤치에 앉기는 하지만 누가 감독 역할을 할지는 알 수 없다”고 불분명한 태도를 보였다. 결국 이날 피스터 씨가 감독을 맡았다.

경기 하루 전인 12일 프랑크푸르트 발트슈타디온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미 팀을 떠난 것으로 대서 특필됐던 피스터 감독이 극적으로 돌아온다는 외신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그는 계약서를 완전히 파기한 상태가 아니라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상태였다.

기사를 쓴 로이터통신의 한 여기자는 “피스터 감독은 물론 팀 대변인과도 통화했다. 그가 토고 팀 숙소로 돌아오는 중이며 한국전에서 벤치에 앉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토고의 체육부 장관이 “절대 아니다”며 펄쩍 뛰었다. 마우에나 코치가 토고를 계속 지휘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토고의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인해 “모든 게 연극이 아니냐”는 의혹도 떠돌았다.

이번뿐이 아니었다. 에마뉘엘 아데바요르 등 선수들은 지역예선을 지휘한 스티븐 케시 감독을 아버지처럼 따른다고 했다. 그러나 아데바요르는 케시 감독과 멱살잡이까지 하며 다툰 끝에 그를 떠나게 했다. 이후 부임한 피스터 감독은 ‘백발광인’으로 불리며 괴팍한 성격을 과시했고 떠나고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기행의 절정을 이루었다.

경기력 측면에서도 마찬가지. 토고는 아프리카 지역예선에서는 세네갈 등 강호들을 잇달아 격파하며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주었으나 아프리카네이션스컵 등에서는 “팀도 아니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엉성한 플레이를 보였다. 그러다 월드컵 직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는 또다시 깜짝 놀랄 정도의 팀으로 대변신을 하는 등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었다. 방겐 훈련캠프에 있을 때 선수들은 늦게까지 나이트클럽과 바를 찾았고 그러면서도 출전 수당문제로 토고 협회 측과 다투었다. 그 와중에도 한국에는 지지 않을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경기관계자들도 어제까지 영어로 인터뷰하다 오늘은 “영어를 모르니 프랑스어로 질문하라”고 하는 등 도무지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팀이었다.

프랑크푸르트=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