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방송의 돌풍 주역 IB스포츠 인터뷰

  • 입력 2005년 11월 10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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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송가에선 ‘다윗과 골리앗’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스포츠 방송 중계권을 둘러싼 지상파 방송 3사와 스포츠 마케팅회사 IB스포츠(대표이사 이희진)간의 대립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올해 IB스포츠는 국내 스포츠중계 시장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연초 미국 프로야구(MLB) 중계권을 확보해 자사의 스포츠 전문 케이블 ‘엑스포츠’(Xports)를 통해 이를 독점 방송한데 이어 지난 8월초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주관하는 모든 경기에 대한 중계권을 따냈다. 여기에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축구 아시아 예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축구 예선, 2012년 런던 올림픽축구 예선 등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대회들이 망라되어 있다. 이로써 ‘축구 국가대항전=지상파 방송’이라는 불변의 공식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게 됐다.

뿐만 아니다. 최근 IB스포츠는 겨울스포츠인 한국프로농구(KBL) 방송권 및 재판매권까지 획득하며 방송 3사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동안 ‘풀’을 형성해 국내 스포츠 중계를 독점해온 지상파 3사는 거대 자본으로 중계권 경쟁을 유도한 IB스포츠가 곱게 보일 리 없는 노릇. 이에 지상파 방송들은 시청자의 ‘보편적 접근권’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IB스포츠의 중계권 확보를 비난하고 KBL 방송 재판매를 거부하는 등 감정싸움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또한 국회 문광위에서는 여야의원 12명이 보편적 접근권과 관련한 방송법 개정안까지 발의해 스포츠 중계권에 관한 논란은 이제 사회적인 이슈로 부상했다.

스포츠동아는 지난 9일 IB스포츠의 방송권 계약 문제를 총괄하고 있는 조용노(36) 해외사업팀장을 만나 이 문제에 대해 들어봤다.

▲ 엑스포츠 개국 원년은 성공적▲

Q. IB스포츠가 대주주로 있는 스포츠케이블 방송 엑스포츠가 1년 만에 크게 성장했다. 광고 수익 등으로 개국 원년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이란 말도 들리는데.

A. 원래 엑스포츠는 IB스포츠가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산 뒤에 재판매가 어려워지면서 급조된 방송국이다. 그러다 보니 본의아니게 독점을 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에게 관심을 얻게 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스포츠 시장 분위기는 매우 좋다. 성공적인 1년이었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IB스포츠의 경우는 적자이다. 재판매가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만 계약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해결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Q. 현재 IB스포츠가 독점 계약한 스포츠 종목은 무엇이 있는가?

A. 메이저리그 전경기 중계권과 아시아축구연맹(AFC)주관 경기 패키지를 7년간 확보했다. 여기에는 AFC가 주관하는 각종 A매치 및 월드컵, 올림픽 아시아 예선, 그리고 17세, 20세 이하 청소년 경기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최근 한국프로농구연맹(KBL)과 4년 계약을 맺었다.

Q. IB스포츠의 배경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

A. 모기업은 IB그룹으로 원양어업과 호텔 체인 사업 등을 하고 있다.

Q. IB스포츠가 한국프로농구연맹(KBL)과 50억원에 계약했다. 그 결과 지상파 방송에서 농구 중계를 볼 수 없어 시청자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이에 대한 IB스포츠의 입장부터 말해 달라.

A. 얼마 전에 뉴스를 통해 지상파 방송에서 농구를 볼 수 없어 불만을 가진 한 농구팬과의 인터뷰를 봤다. KBL은 한 시즌 동안 270경기가 열린다. 작년에 지상파 3사가 방송으로 내보낸 경기가 30경기도 채 되지 않는다. 일부 팬들이 지상파 방송을 통해서 농구를 보고 싶다고 말하는데 지상파 방송에서는 전체 경기중 약 10% 정도의 경기만을 방송한다. 방송사 내부적인 사정상 그것이 한계다. 하지만 우리는 가능한 많은 매체를 통해 방송을 내보려고 한다. 시청자들이 더 많은 농구 경기를 볼 수 있도록 지상파를 포함해 모든 매체와 방송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 계약 액수 보다는 내용을 따져봐야 ▲

Q. 아시아축구연맹(AFC)과는 3,000만 달러에 계약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상파 방송 3사가 풀을 형성해 맺은 종전 계약보다 3배 정도가 많은 액수라고 한다. 방송사의 주장은 ‘풀’을 만든 이유가 과당 경쟁을 막아 외화 유출을 막으려 했다는데 IB스포츠 때문에 중계권료가 올라갔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반박할 수 있는가?

A. 우선 계약상 정확한 액수를 밝힐 수 없지만 3,000만 달러는 틀린 말이다. 과거에 지상파가 1,000만 달러 선에서 계약을 했고 우리가 3,000만 달러에 계약했다는 것을 가정하고 말하겠다. 그 당시 지상파는 AFC와 4~5년 정도로 계약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계약 내용을 보면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에서만 중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 하지만 우리는 계약 기간 7년에 지상파, 케이블 외에도 위성, DMB, 인터넷, 라디오 등 모든 매체의 방송권과 재판매권을 획득했다. 당시보다 계약 총액이 높은 것이 당연하다. 우리는 합리적인 가격에 계약했다고 자부한다.

Q. 방송사 측의 또 다른 주장을 보면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스포츠중계는 전파의 공공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자본의 논리에만 맡길 수 없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우리가 방송권을 획득한 것은 자본의 논리로 간단히 설명할 수 없다. 돈만 많이 준다고 해서 방송권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중계권을 판매하는 쪽 입장에서는 이 방송이 안정적으로 방송이 되고 나아가 이 스포츠의 가치가 상승할 수 있느냐는 문제를 깊이 생각한다. 정체불명의 회사가 단순히 돈만 많이 가지고 온다고 방송권을 팔 수 있겠는가. 지상파가 말하는 자본의 논리가 결국엔 돈인데 돈이 절대적인 부분이 아니다. 사실 그동안 방송권 판매자들도 계약에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지상파 3사가 구성한 일종의 ‘카르텔’이 국내 독점이다 보니 한국 내에 스포츠 중계권을 팔 수 있는 길이 없었고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한 것이다.

▲지상파 방송들의 일시적 거부감은 차차 누그러 질것▲

Q. IB스포츠에 대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반감이 큰 것 같다. 지나칠 정도로 보이는데 혹시 다른 이유라도 있나?

A. 지금 상황은 지상파 방송들이 일시적인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동안 자신들이 독점적으로 방송권을 사왔는데 갑자기 IB스포츠라는 회사가 나타나 방송권을 따내니 지상파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스포츠 마케팅 회사가 방송권을 구입해 재판매 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앞으로 제 2, 제 3의 IB스포츠가 나올 수 있다. 이것이 대세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런 시스템을 인정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당연히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Q. KBL 중계권 재판매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지상파 방송 3사가 끝내 사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예정인가?

A. 자신있게 말하지만 지상파에서 방송권을 사지 않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본다. 지상파 3사가 스포츠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예를 들어 월드컵축구 아시아 예선 같이 IB스포츠가 권리를 보유한 주요 경기를 방송하지 않는다는 것은 스포츠를 포기한다는 이야기와 같은데 그런 사태까지는 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

Q. IB스포츠에서는 매체간 균형발전을 주장하면서 KBL 중계권 판매는 지상파 방송과 우선 협상하겠다고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우선 KBL과의 계약 내용 중에 방송 3사에 우선 구매 권한을 주는 것이 의무조항으로 포함되어 있다. KBL에서 그렇게 원하고 있다. 우리는 메이저리그나 AFC 건에 대해서도 가장 많은 시청자들이 접할 수 있는 지상파와 우선적으로 접촉해 왔다. 하지만 DMB 방송 등 다른 매체들과의 계약도 계속 추진 중이다.

Q. 그렇다면 지상파에서 농구 중계를 볼 수 없는 현재 상황을 KBL측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A. 물론 엑스포츠가 나오지 않는 지역 시청자들의 불만에 대해 KBL측에서는 다소 난처한 입장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재판매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다. 지상파 외에 다른 케이블 방송들과 조만간 계약이 이루어 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방송법 개정안은 현재 상황과 관련 없어▲

Q. 국회에서 발의된 ‘보편적 접근권’과 관련한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대책이 있나?

A. 법안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법안 내용을 보면 ‘하나의 방송사업자가 국민적 관심을 가진 스포츠를 독점할 수 없다’는 것이 주 내용인데 우리 IB스포츠는 방송사업자가 아니고 마케팅회사다. 우리는 중계권을 독점할 의사가 전혀 없다. 지상파에 재판매를 위해 여러 차례 문을 두드렸지만 그쪽에서 거부한 것이다. 법안 내용대로 지상파가 국민적인 관심을 가진 스포츠를 반드시 중계해야 한다면 중계권을 가진 IB스포츠로부터 그것을 구입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 아닌가. 현재 상황에서는 법안 자체에 착오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만약 ‘국민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는 스포츠 중계권은 지상파에서만 계약할 수 있다.’ 는 법안이 나오면 IB스포츠에 타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잘은 모르지만 이런 법안은 공정거래법 등에 위배되는 것으로 안다.

Q. 어쨌든 시청자들의 피해가 크다. 재판매 협상을 위해 성의를 다하고 있는가? IB스포츠 측에서 고압적인 자세로 나오는 부분은 없는가?

A. 고압적인 부분은 전혀 없다. 우리는 지극히 현실적인 액수를 제시하며 재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어느 보도를 보면 우리가 지난해 지상파가 계약한 액수보다 더 싸게 재판매를 추진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매체별 중계료의 현실화’라고 말해야 옳다. 예전에는 중계료를 많이 낸 지상파 방송보다 적게 낸 스포츠 케이블이 더 많은 경기를 중계하곤 했다. 물론 매체의 파워로 인한 단가의 차이는 있겠지만 많이 중계하면 중계료를 많이 내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기본 방침이다. 그러다 보니 지상파에게는 좀 더 싼 값에 공급을 하고 지역 민방 등에는 지난해와 동결된 가격에 재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Q. 앞으로 IB스포츠에서 계약을 추진 중인 또다른 스포츠종목이 있나? 항간에는 한국프로야구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A.소문에는 IB스포츠가 국내외 모든 스포츠 종목에 손을 뻗치고 있다고 하는데 다 낭설이다. 지금 당장 새로운 스포츠 종목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일단은 현재 확보한 스포츠 중계권에 대한 재판매에만 집중해야 할 시기다. 일이 잘 해결되어 시청자들의 불만이 없게 되길 바란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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