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그리스 오디세이]‘그리스의 소주’ 우조

  • 입력 2004년 8월 23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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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이 좋은 술, 우조>

포도주가 고급술이라면 우조(ouzo)는 매우 대중적인 술이다. 그리스의 젊은이나 서민들은 타베르나(대중식당)에 들르면 먼저 우조부터 시킨다. 그들의 식사나 모임에 절대 빠지지 않는다.

우조는 포도를 재료로 해서 빚은 것이나 포도주보다 훨씬 독하다. 값이 싼 데다 독한 까닭에 적은 돈으로도 쉽게 취할 수 있어 대중적인 술이 됐다. 우조를 파는 술집 우제리아(피자집을 피제리아라 하듯이)에는 남자들만 출입이 가능하다. 그들은 그곳에서 담배를 피우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호텔에서 프런트로 일하고 있는 한 노인은 “향이 죽인다”며 우조 예찬에 열을 올렸다.

그가 하도 권해서 한 잔 마셨다. 코끝을 스치는 향은 라일락의 그것 같았고 목구멍을 타고 넘는 맛은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독했다. 목이 뜨끈뜨끈했다.

기독교에선 음주를 금한다. 하지만 아토스 수도원만은 그렇지 않다. 망토처럼 생긴 라소에 소스티코(치마)와 콜로비오(털 재킷)를 입고 쿠쿨리를 쓴 채 머리와 수염을 길게 기른 수도사가 소주잔 크기의 유리잔에 우조를 따라 주었던 것이다. 수도원을 찾은 귀한 손님에게만 특별한 대접하는 음료라면서…. 정교회 신부와 동행한 덕분에 그 같은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우조는 소주 또는 배갈처럼 투명하다. 크지 않은 잔에 따르되 가득 채우지 않는다. 향은 풍미가 강한 아니스 열매에서 추출한 것으로 그리스에서만 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들은 벌컥벌컥 마시는 우리의 주법과는 달리 아주 천천히 마신다. 여유를 갖고 음미하면서….

그리스인들은 그리스산 우조만 진짜라고 믿는다. 그들은 해외에 나가더라도 우리가 김치를 잊지 못하듯이 그 맛을 결코 잊지 못한다.

그리스 레스토랑에선 우조를 내놓는다. 병째로 팔기도 하지만 자기네 전통 음식인 그리스 샐러드나 꼬치구이의 일종인 수블라키를 주문하면 우조 한 잔을 서비스로 대접한다. 그리스의 향과 맛을 알고자 한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우조를 한잔할 일이다.

권삼윤 역사여행가 tumi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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