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최경주 “美 주유소 직원도 절 알죠”

  • 입력 2004년 5월 17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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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진출 5년만에 어엿한 세계적인 골프스타로 자리매김한 ‘탱크’최경주(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 그의 표정과 말에서는 여유와 자신감이 넘쳐 흐른다. 연합
미국진출 5년만에 어엿한 세계적인 골프스타로 자리매김한 ‘탱크’최경주(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 그의 표정과 말에서는 여유와 자신감이 넘쳐 흐른다. 연합
“이제는 미국에서 주유소와 햄버거 가게 점원도 저를 알아봅니다.”

올 마스터스 단독 3위 ‘쾌거’ 이후 달라진 자신의 위상을 실감한다는 ‘탱크’ 최경주(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 16일 오후 금의환향한 그는 17일 자신이 후원하는 ‘할렐루야보육원 골프단’에 4000만원 상당의 골프용품을 전달했다.

최경주는 20일 개막하는 2004 SK텔레콤오픈에서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다음은 최경주와의 일문일답.

―마스터스 3위 입상 이후 달라진 점이 많은가요.

“어디를 가도 저를 알아봅니다. 특히 제가 사는 동네(텍사스주 우드랜즈)의 한 학교 광고판에는 제가 마스터스 3위를 했다는 내용이 게재됐어요. 백인 밀집지역이지만 피부색을 떠나 제가 그들의 자랑거리가 된 것이죠.”

―새로운 스폰서 제의는 없었는지….

“없었습니다. 어려운 시절 나를 도와준 슈페리어와의 인연이 벌써 9년째인데 돈에 의리를 저버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힘이 좋은 최 프로가 아이언도 그라파이트 샤프트를 사용하는 것을 궁금해 하는 팬들이 많은데….

“제가 사용 중인 MCC 샤프트(오렌지색)는 테일러메이드 아이언 헤드와 궁합이 딱 맞습니다. 특히 MCC사의 기술진은 한국인이어서 저의 미묘한 요구사항도 맞춰 주기 때문에 무척 좋습니다.”

최경주는 올 시즌부터 ‘오렌지색’을 자신의 트레이드 컬러로 확정했다. “제 클럽의 샤프트는 모두 오렌지색입니다. 400야드 밖에서 클럽 빼는 모습만 봐도 저를 알아볼 수 있다고 하더군요.”

‘할렐루야 보육원 골프단’에 4000만원 상당의 골프용품을 전달하고 있는 최경주(오른쪽).사진제공 슈페리어

―흔히 말하는 톱 랭커(타이거 우즈, 비제이 싱, 어니 엘스)와 자신의 격차에 대해서는….

“변명 같지만 4, 5세부터 골프를 한 그들과 16세 때 비로소 골프를 시작한 저의 격차는 엄연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들보다 두 배 이상 노력하면 세계 랭킹 10위 이내에는 들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현재 세계 19위인데 열 명 안에는 들어야 눈에 띄지 않겠습니까.”(웃음)

―아직도 기술적으로 보완할 부문이 있는가요.

“18년 동안 골프를 했지만 아직 50%에도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더 채울 부문이 있다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채울수록 지금의 나보다 더욱 발전한다는 얘기가 아니겠습니까.”

―프레드 커플스가 SK텔레콤오픈에 출전하는데….

“우승 여부를 떠나 재미있는 게임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커플스, 허석호 프로와 예선에서 같은 조에 편성될 것 같은데 세 사람의 플레이스타일이 독특하기 때문에 팬들에게 좋은 구경거리가 될 것입니다.”

―최근 몇 주 연속 강행군으로 피로가 쌓인 가운데서도 중국(BMW아시안오픈)에서 선전했는데….

“몸은 피곤했지만 정신적으로 상쾌했습니다. 영어를 쓰지 않아도 됐거든요. 미국에서는 ‘언어 문제’가 은근히 스트레스를 많이 줍니다. 그래서 고국을 방문하는 게 너무 즐겁습니다.”

―미국 생활 중 스트레스 해소법은….

“공을 열심히 치고 밥도 많이 먹습니다. 그때만큼은 아무도 저에게 말을 붙이지 않거든요.”(웃음)

―한국 골프 발전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한국선수들의 재능은 정말 대단합니다. 다만 그 능력을 자신감으로 극대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죠. 좀 다른 이야기지만 정규대회가 열리는 골프장 세팅이 세계 6대 투어 수준은 돼야 합니다. 그래야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습니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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