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는 LG 김태환 감독교체…왜?

  • 입력 2004년 4월 16일 00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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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LG의 감독교체를 놓고 말들이 많다.

시즌이 끝난 뒤엔 일부 팀 사령탑이 바뀌기 마련. 그런데도 유독 LG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김태환 감독 교체 이유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감독을 교체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성적이 부진하거나 계약기간이 만료됐을 경우다. 그러나 김 감독은 지난 4년 동안 LG를 이끌면서 해마다 4강 진출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LG 이용호 단장은 “성적 문책이 아니라 우승을 위해 분위기 쇄신이 필요했다”고 했지만 군색하게 들린다. 김 감독의 계약기간이 아직 1년이나 남아있기에 더욱 그렇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후임감독으로 지난 1년간 김 감독을 보좌한 박종천 코치를 선임한 점. 농구 코트에서 감독과 코치는 한 배를 탄 동지다. 감독이 우승을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진다면 그 책임을 코치도 당연히 나눠져야 한다.

LG는 지난해 박 코치를 영입할 때 미리 선임해놓고 김 감독에겐 일방적으로 통보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보니 둘의 관계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시즌 도중에는 코치가 감독의 뜻과는 관계없는 전술을 용병에게 주문했다는 소문이 나돌아 구단에서 진상조사까지 했다. 이 바람에 박 코치가 김 감독에게 장문의 사죄편지까지 썼다는 후문이다.

스포츠에서 팀워크는 핵심이다. LG 구단의 불협화음을 선수들이 모를 리 만무하다. 새 감독이 된 박 코치는 축하는커녕 한솥밥을 먹던 선배를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했다는 비난을 뒤집어쓰게 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휘봉을 넘겨받아 앞으로 선수단을 제대로 장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로 박 코치는 감독으로 선임된 14일 대학 동문체육회 모임에 나갔지만 축하를 받으면서도 오히려 곤혹스러워했다.

연고지 창원에서 관중 동원 1위를 자랑하는 LG. 그러나 올 시즌 기록 몰아주기 파문과 플레이오프 오심 사태 등에서 뒷북 대응으로 눈총을 산 데 이어 이번 코칭스태프 인선에서도 악수를 거듭하고 있다는 게 농구인들의 지적이다.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김 감독이나, 지도자의 꽃이라는 프로팀 감독에 처음 오른 박 코치 모두 큰 상처를 받았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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