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 친구들아, 네몫까지 뛸께”천안初 축구부 재창단

  • 입력 2003년 9월 4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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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초등학교 축구부원인 신정섭군(11·5학년)이 부원들 앞에서 공차기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천안=지명훈기자
천안초등학교 축구부원인 신정섭군(11·5학년)이 부원들 앞에서 공차기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천안=지명훈기자
“패스, 패스.” “파이팅.”

4일 오후 3시반 충남 천안시 성황동 천안초등학교 운동장. 축구부원들의 힘찬 함성과 슈팅이 축구부 숙소 화재 참사 이후 적막하기만 했던 운동장을 뒤흔들었다. 학생들은 하굣길에 연습하는 것을 바라보며 “축구공이 하늘을 가르니 이제야 우리 학교 같다”며 기쁜 표정을 지었다.

3월 말 화재로 축구부원 3분의 1 이상이 숨져 사실상 와해됐던 천안초교 축구부가 2학기를 맞아 5개월여 만에 ‘재창단’됐다.

학교측은 기존 축구부원 홍영동군(11·5학년) 등 2명과 새로 축구를 시작한 이 학교 고경태군(11·5학년), 천안지역 사설 축구교실에서 운동하다 전학 온 김혁순군(12·6학년) 등 17명 등 모두 20명을 모았다.

기존 축구부원 25명 가운데 9명은 화재로 숨졌고 3명은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으며 3명은 브라질 축구 연수를 떠났다. 나머지 10명 가운데 8명이 전학을 갔다.

당시 화재로 부상한 축구부원 학부모들이 축구팀을 살리는 데 앞장섰다.

여전히 부상 후유증이 있는 홍군의 아버지 달표씨는 “화재 참사로 숨진 학생들이나 유족들을 위해서라도 축구부를 꼭 되살려야 한다”며 일부 학부모들과 함께 외부에서 받은 성금 가운데 6000만원을 축구부 재창간 비용으로 내놓았다.

이 돈으로 축구부원들은 새 유니폼을 맞췄고 전 실업팀 선수였던 송영진 코치(43)를 새로 맞았다.

송 코치는 10월에 있을 나이키배 전국초등학교 축구대회 등을 목표로 이달 초부터 하루 2시간씩 강도 높은 훈련에 들어갔다. 그는 “전통 있는 축구부에서 운동을 한다는 아이들의 자부심과 사설 축구교실에서 1∼2년간 배운 기량이 합쳐져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새로 전학 온 정대형군(10·4학년)은 “열심히 훈련해 화재로 숨진 선후배들의 몫까지 골을 넣겠다”고 다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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