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U대회’ 자부심…활력의 ‘대구 코리아’

  • 입력 2003년 8월 24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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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유니버시아드에 참가한 아프리카 세네갈 선수들이 24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대구=이권효기자
대구 유니버시아드에 참가한 아프리카 세네갈 선수들이 24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대구=이권효기자
대구 유니버시아드 개최로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과 활력을 되찾고 있다.

2월 발생한 대구지하철 방화참사로 비탄에 빠졌던 시민들은 성공적인 대회 개최로 대구에 지구촌의 시선과 관심이 집중되자 고무된 모습이다.

21일 주경기장에서 열린 개회식은 대구 시민의 자랑거리. 7만여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꽉 메운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는 프로그램이나 관객 수준이 다른 나라에서 열린 어느 대회 개회식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시민 박용배(朴湧培·39·대구 달서구 상인동)씨는 “선수단 입장 때 처음 듣는 국가 이름이 더 많았다. 역대 최대규모인 172개국이 참가했다는 게 자랑스러웠다”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대구가 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시민들도 자신감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지구촌 곳곳에서 온 선수들을 응원하거나 돕는 3만여명의 자원봉사자와 선수단 서포터스는 이번 대회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회 기간 중 생업을 접고 뒷바라지에 나선 사람들도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서포터스 회장을 맡은 렌터카 회사 대표 김삼수(金三守·47·대구 동구 지저동)씨는 “남아공에 가본 적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아 손짓 발짓으로 의사소통을 한다”며 “선수들이 낯선 타국에 와서 좋은 느낌을 갖고 돌아가면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프리카 기니, 보츠와나, 코트디부아르 선수단을 돕는 오상태(吳相泰·64·대구대 국문과 교수)씨는 “생소한 나라들이지만 선수들이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참가한 북한선수단을 응원하는 시민들의 마음은 남다르다. 북한 서포터스 이용우(李龍雨·57·청과상회 대표·대구 수성구 범어동) 회장은 “반공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이지만 스포츠를 통해서라도 자주 만나면 동질감을 쌓고 통일에도 도움이 된다는 믿음으로 열심히 뛴다”며 “이번 대회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분식가게를 운영하는 자원봉사자 윤로(尹老·37·경북 영주시 하망동)씨는 “지하철 방화참사 때는 우울한 기분으로 자원봉사를 했는데 이번에는 하루하루 감동을 느끼고 자부심이 솟는다”며 웃음 지었다.

외국 선수들 눈에 비친 대구도 인상적. 24일 대구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에서 신발과 양말을 구입하던 세네갈 육상 선수 디아타 지브랄(20)은 “도시가 활기차고 사람들의 표정도 밝다”며 “‘대구 코리아’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가 시민들에게 안겨준 가장 큰 선물은 지하철 방화 참사의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게 된 것. 조해녕(曺海寧·대구시장) 대구 유니버시아드 조직위원장은 “지하철 방화 참사라는 엄청난 비극을 겪은 뒤라 시민들이 더 열심히 응원하는 것 같다”며 “이번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 지역 발전의 엔진으로 삼겠다”고 다짐했다.대구=특별취재반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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