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프리 주한英대사 "나도 붉은 악마"

  • 입력 2002년 6월 28일 18시 52분


“새로운 응원 문화를 창출해 세계를 놀라게 한 ‘붉은 악마’ 속에 제가 포함된 것이 더없이 자랑스럽습니다.”

이번 월드컵 기간 중 찰스 험프리 주한 영국대사(51·사진)는 거리응원전 등에 직접 참여해 한국팀을 열렬히 응원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거리응원전의 메카’로 떠오른 세종로 사거리와 서울시청 인근인 중구 정동에 주한 영국대사관이 위치한 덕분에 그는 한국팀의 첫 경기였던 폴란드 전부터 8강전인 스페인전까지의 한국팀 경기를 시청 앞 광장에서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응원했다.

평소에는 근엄한 신사인 험프리 대사지만 한국과 독일의 4강전이 열린 25일에는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직접 찾아가 목이 터져라 ‘코리아팀 파이팅’을 외쳤다.

그는 한국 경기가 있는 날을 ‘레드 셔츠 데이(Red Shirts Day)’로 정하고, 대사관 전 직원들에게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근무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또 직원들의 한국전 응원을 돕기 위해 대사관의 근무시간까지도 단축했다. 한국과 미국전이 열린 10일에는 오후 1시에, 한국과 포르투갈전이 열린 14일은 오후 3시에 업무를 종료한 것.

그는 “영국에서도 매년 8월 200만명 이상이 런던 시내에 모이는 ‘노팅힐 페스티벌’ 등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야외축제가 여럿 있지만 한국의 거리응원전은 자유로움과 절제를 동시에 발산한 보기 드문 축제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영국에서는 축구가 다인종 문화를 발전시킴과 동시에 국민 통합을 이루는 매개가 되고 있다”고 소개한 뒤 “한국에서는 축구와 더불어 열광적인 거리응원이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이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 같다”고 말했다.

험프리 대사는 한국과 터키전이 열리는 29일에는 한국과 영국의 친선단체인 ‘한영협회’ 회원 10여명과 함께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설계한 건축가 유춘수(柳春秀·56) 이공건축 대표의 초청을 받아 경북 봉화의 유씨 집으로 가 TV를 보며 한국팀을 응원할 계획이다.

그는 1995년부터 주일 영국대사관 부대사와 대리대사로 근무하다 2000년 8월 주한 영국대사로 부임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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