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하마터면…”

  • 입력 2002년 6월 14일 00시 03분


경기 종료 5분 전. 교체 투입된 알렉산드로 델피에로의 헤딩슛이 멕시코의 골 네트를 흔들었다. 13일 일본 오이타월드컵경기장. 이탈리아가 멕시코에 내내 끌려 다니다 델피에로의 동점골로 16강에 합류했다.

같은 시간 요코하마에서 벌어진 G조의 또 다른 경기에서는 에콰도르가 크로아티아를 1-0으로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이탈리아가 멕시코에 0-1로 패했더라도 골 득실에서 앞서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고는 해도 우승 후보로 꼽히던 이탈리아로서는 머쓱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축구 팬으로서는 자칫 이탈리아라는 또 한 팀의 강호를 월드컵에서 더 이상 볼 수 없을 뻔했다.

2승을 거둔 멕시코는 여유가 있었고 1승1패의 이탈리아는 초조했다. 이탈리아는 초반부터 거세게 공격해 들어갔지만 지나치게 서둘렀다.

13일 표정  멕시코 vs 이탈리아 화보  에콰도르 vs 크로아티아 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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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13분 필리포 인차기가 처음으로 멕시코의 골 네트를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이탈리아의 불운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전반 16분 인차기의 패스를 받은 프란체스코 토티가 완벽한 찬스를 잡았으나 슛은 골대를 살짝 비켜갔고 3분 뒤 비에리가 페널티지역정면에서 날린 슛은 멕시코 골키퍼 오스카르 페레스의 가슴에 안겨졌다. 24분 토티의 프리킥이 멕시코의 오른쪽 골대를 살짝 빗나가면서 폭풍 같던 이탈리아의 공격이 잠시 사그라들었다.

멕시코는 전열을 가다듬었고 반격의 기회를 노렸다. 전반 34분 쿠아테모크 블랑코가 이탈리아 진영 왼쪽 중간 지점에서 환상적인 크로스 패스를 올렸다. 용수철처럼 솟구쳐 오른 하레드 보르게티가 고개를 돌리며 공을 맞혔다. 이탈리아의 골문은 뚫렸다. 공격 일변도로 나가던 이탈리아의 수비는 빗장을 열어놓고 있었다.

다급해진 이탈리아는 후반 들어서도 멕시코를 몰아붙였지만 조직력을 앞세운 멕시코의 수비는 좀처럼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후반 종료 직전 델피에로의 동점골이 터지기 직전까지 이탈리아는 속을 태웠다. 멕시코와 이탈리아는 나란히 G조 1, 2위를 차지했다.

요코하마에서 에콰도르는 에디손 멘데스의 헤딩골로 월드컵에서 첫 승을 올렸다.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3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던 크로아티아는 이번 대회에선 16강 탈락의 비운을 맛보고 말았다.

요코하마〓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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