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씨 ‘서릿발 판정’

  • 입력 2002년 6월 3일 23시 39분


천하의 호나우두, 히바우두(이상 브라질)도 추상같은 그의 판정에 대꾸 한번 제대로 할 수 없었다.

3일 울산 브라질-터키전에서 한국인으로는 월드컵 사상 첫 주심으로 데뷔한 김영주 국제심판(45).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운동장에서 스트레칭과 러닝으로 몸을 푼 그는 킥오프와 함께 힘차게 그라운드를 누볐다. 거친 파울을 반복한 터키 수비수 외잘란과 윈살에게 가차없이 퇴장 명령을 내렸고 결승골로 이어진 브라질의 페널티킥 판정도 정확했다.

경기가 끝난 뒤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신 있게 휘슬을 불었으며 후반으로 갈수록 경기가 거칠어질 것으로 예상해 단호하게 대처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큰 경기를 많이 맡아봤기 때문에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는 그는 평소 브라질과 터키의 경기 스타일을 꼼꼼하게 분석한 덕분에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현란한 개인기가 돋보이는 브라질은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집중 제재를 하기로 한 ‘시뮬레이션 액션’을 펼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속임수 동작 여부를 눈여겨봤다는 것. 다혈질인 데다 신체접촉을 많이 하는 터키의 거친 파울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지적하려 했다고.

패자는 말이 없다고 했지만 터키 셰놀 귀네슈 감독은 “결과가 공정하지 않았다”고 불평했으나 브라질 루이즈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은 “판정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엇갈린 견해를 내놓았다.

올해 월드컵 심판의 연령제한인 만 45세가 된 김영주 심판은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계획”이라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울산〓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