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남원 실상사?]禪 뿌리내린 「선종가람」

  • 입력 1998년 11월 18일 19시 30분


선은 불교 수행자들이 구도의 길로 나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수행의 관문. 그 선의 가르침이 국내에 가장 처음 뿌리내린 곳은 최초의 선종 가람인 지리산 실상사다.

실상사가 자리잡은 곳은 지리산의 주능선에서 뻗어 내린 산능선이 너른 평지로 바뀌는 곳. 천왕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불국사 석가탑 상륜부 복원때 본딴 통일신라 시대의 삼층석탑이 동서로 서있다. 보광전을 지나 약사전의 철조(鐵造)여래좌상앞에 이르니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오랜 신앙의 뿌리를 느낀 탓일까.

요사채에서 흘러나오는 ‘화엄경’ 독경 소리를 뒤로 하고 발걸음을 옮기다 거북모양의 탑비를 만났다. 신라흥덕왕 3년(828년)에 실상사를 세운 홍척국사의 탑비다.

고려초까지 번창했던 실상사. 그러나 사찰 건물은 조선초인 1468년(세조16년) 소실돼 2백여년간이나 폐허로 버려졌다. 그러다 1690년(숙종16년), 1821년(고종19년) 재건됐다. 고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983년에는 함양댐 건설계획으로 수몰위기에 놓였다. 그러다 전국의 스님과 불자, 언론 문화계 인사들의 반대운동으로 수장의 봉변은 모면할수 있었다.

그후 95년부터 실상사의 옛 모습 회복운동이 펼쳐졌다. 그 첫 걸음은 절 주위 땅을 사들이는 ‘땅한평 사기 운동’ 전개. 덕분에 97년 현재 1만7천6백64평의 옛 절터가 복원됐다.

IMF시대를 맞아 실상사는 ‘장기 귀농학교’를 열고 있다. 농촌으로 돌아갈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준비시키는 곳이다. 한달간은 서울에서 매주 토 일요일에 농사이론을 배우고 세달간은 실상사에 내려와 현장실습을 한다. 0671―634―3776

〈남원〓허문명기자〉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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