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스페셜/전문캐디]골퍼 보조 『천만의 말씀』

  • 입력 1998년 2월 24일 19시 51분


닉 팔도와 캐디 파니 서네손
닉 팔도와 캐디 파니 서네손
“하루 연습을 안하면 내가 알고 이틀을 쉬면 캐디가 알고 사흘을 쉬면 갤러리가 안다.” 지난해 85세로 타계한 전설적인 골퍼 벤 호건(미국)은 이 말을 남겼다. 골프는 모든 것을 선수 자신이 판단해야 하는 고독한 스포츠. 특히 한 타에 수십만달러가 걸려 있는 프로골프대회에서 선수들이 느끼는 심리적 중압감은 엄청나다. 이때 ‘구세주’가 바로 ‘전문캐디’. 세계적인 프로골퍼들이 높은 급료를 지불하면서까지 전문캐디를 고용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전문캐디는 단순한 보조자가 아니라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찰떡궁합’은 아니카 소렌스탐과 그의 캐디 콜린 칸(이상 스웨덴). 칸은 소렌스탐의 골프백을 메고 다닌 지난 4년동안 미국 LPGA투어에서 18승을 합작해냈다. 소렌스탐의 플레이를 유심히 살펴보면 칸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클럽선택은 물론 공략지점과 퍼터페이스 각도까지 일일이 칸이 결정한다. 그린에서도 소렌스탐은 칸의 ‘OK’신호가 떨어져야 비로소 백스윙을 시작할 정도. ‘스윙머신’ 닉 팔도(영국)와 그의 여자캐디 파니 서네손(스웨덴)은 9년간이나 함께 세계를 누비고 있는 커플. 팔도는 89년초 5년 넘게 동고동락한 남자캐디 앤디 프로저(영국)를 해고하고 서네손을 새 파트너로 결정했다. 예감이 적중했는지 팔도는 서네손과 함께 출전한 이듬해 마스터스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마스터스 연속제패는 ‘골프황제’ 잭 니클로스(미국) 이후 두번째. 타이거 우즈(미국)가 단기간내에 세계랭킹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데에도 20년경력의 전문캐디 마이크 코완(미국)의 힘이 컸다는 것에 이의를 다는 전문가는 없다. 박세리(21)가 미국무대에서 첫 승을 올리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전문캐디를 고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절대적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에 ‘전문캐디제’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시장규모’가 작기 때문. 지난해 남녀 상금랭킹 1위인 최경주와 김미현도 전문캐디를 고용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니 나머지 선수들의 사정은 물어보나마나다. 권오철프로(42)는 “매년 10개 남짓 열리는 대회에서 받는 상금으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선수는 상금랭킹 10위 이내 선수 정도”라며 한국프로골퍼에게 ‘전문캐디’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털어놨다. 〈안영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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